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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22. 2023

먹물 빠에야, 제가 먹어 봤습니다

근데 역시 쌀요리는 동양이 더 잘해요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348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북편으론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스페인, 정확하게는 카탈루냐 지방의 재미난 문화 중 하나로 통나무 인형(까가티오 Caga Tio)과 똥싸는 인형(까가네르, Caga ner)을 곳곳에 판다.


 빨간 모자를 눌러쓴 까가티오는 직역하면 똥싸는 삼촌 쯤 되는 말이래는데,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통나무 인형을 담요로 덮어 따뜻하게 해 주고 먹이도 주고 보살피다가 크리스마스 당일에 막대기로 통나무 몸통을 통통 두드리면 선물을 응가처럼 쏟아낸다고 한다. 아이들이 까가티오를 두드리기 전, 다른 방에 가서 기도를 할 동안, 담요 안에 선물을 숨기는 일은 역시 부모들의 몫. 세계 어디서나 부모 노릇 하기는 쉽지 않은 거다.



 까가네르 역시 똥싸는 사람이라는 카탈루냐어라고 한다.

 똥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므로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기도 하고, 나쁜 기운은 모두 쏟아내 버리며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까가네르는 저렇게 스페인 전통의상을 입은 아저씨 모습이 가장일반적이지만, 연말이 되면 당해 주목을 받은 유명인사의 까가네르도 다양하게 만들어지며 유명인사의 까가네르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사람도 많다고. 정치인이건 스포츠 스타건 종교 지도자건 성역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애당초 크리스마스 마켓에선 뭘 살 마음이 전혀 없었으니 빠르게 패스.

 적당히 먹고 오후에는 예약된 시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들어가야 한다. 예약시간 전 15분 예약시간 후 15분까지만 입장을 받아주고 나머지 시간은 출입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니 시간 잘 맞춰 가야한다. 입장료도 가뜩이나 비싼데.


 여행 전 구글에서 미리 찾아본 성당 인근 현지식당 Tuscania. 오늘은 먹물 빠에야를 먹어볼거다.


https://maps.app.goo.gl/UZhoCdQd2ZkbcZBk7


 오전 한국인 가이드 투어 때 밥친구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다들 오후 일정이 바쁘다. 역시 바쁜 한국인들. 할 수 없지. 점심은 혼밥 해야겠다.



 성당을 바라보며 노천식당에서 먹는 것도 참 운치가 있겠지만, 이 식당에 노천 자리는 빈 자리가 없다. 그리고 겨울이라 살짝 추웠다.


 대부분의 바르셀로나 식당 노천 자리에는 추가금이 붙는다. 통상 주문금액의 +10% 정도. 나중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자리에 앉기 전에 추가 페이가 있는지 꼭 물어보는 게 좋겠다.(이 집은 추가금을 받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안 앉아봐서.)



 실내로 안내받고 2인석에 앉았는데, 단체 테이블에 붙일 테이블이 필요하다며 이석을 요구받았다. 카운터 옆 자리 작은 테이블이 내가 앉았던 자리. 나는 1인 손님이라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원래 공짜로 주는 건지 이석을 요구해서 미안했던지 토마토를 바른 토스트가 서비스로 나왔다.


 현지 메뉴로 Paella al nero di seppia. 영어로는 Black Ink Paella. 우리말로 먹물 빠에야는 혼자 먹기 적당한 양. 맛은 어제 먹었던 빨간 소스 해물 빠에야하고 딱히 다른 걸 잘 모르겠다. 한국인 입맛에는 역시 살짝 짰고, 밥이라기 보단 고슬고슬 딱딱한 생쌀 볶음 같은 맛이 났다. 빠에야는 두 번 먹어봤으니 이젠 더 먹지 않는 걸로. 18.9유로. 해물 조금 올려진 밥일 뿐인데 좀 많이 비싼 느낌이다. 쌀밥은 푹 쪄야 제맛이지.


 같이 시킨 음료는 클라라. 3유로. 맥주 반 레몬즙 반 해서 먹는 상큼한 과즙 맥주다. 도수도 그리 높지 않고 산뜻해서 오찬 반주로 나쁘지 않다.


 적당히 잘 먹고... 혼식 치곤 조금 과한 식비 결제(22유로. 대충 3만 1천 원. 저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빠에야가 왜 그리 비싼 건지 잘 모르겠다)를 한 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모두 사전 매표를 한 사람들만 서는 줄인데도 입구줄이 길었다. 최소 예약한 시간 20분 전에는 줄을 서셔야 입구컷 당하지 않을 듯 싶다.



 본격적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구경은 다음 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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