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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8. 2022

파키스탄 입국 시 세관을 피하는 방법

쫄지 말고 당당해라

 나는 이 나라 파키스탄에서 100m 밖에서 봐도 외국인처럼 생겼다.

 마른 체형에다 키는 크며 머리칼은 검은 직모에 피부도 흰 편이라 눈만 내놓고 있어도 외국인인 게 티가 난다.


 문제는 외국인처럼 생기긴 했는데 중국인하고 확연한 구분이 안 된다는 것. 입만 꼭 닫고 있으면 나도 누가 중국인이고 한국인인지 구분이 안 된다.


 파키스탄 입국 시 자국민과 서양인들은 세관 검문을 잘 안 한다고 하는데 중국인은 얄짤없이 100% 다 검문대상이며, 애꿎게 우리 한국인들도 덤으로 다 불려 가는 게 일반적이다. 나도 이번 입국시 만큼은 자국민 틈에 섞여서 모른 채 폴폴폴 출국장을 빠져나오려 했는데 세관 단속 공무원에게 "어이 거기 아저씨" 핀셋으로 콕 집혀서 세관심사장에서 탈탈탈 털렸다.


 다행히 한 번 경험이 있어 준비를 잘 한 덕분에 아무것도 걸리지는 않았는데, 트렁크 바닥에 쫘악 깔린 골프공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보긴 했다. 설마 수류탄일까 봐? "골프공, 그것도 로스트볼입니다. 직접 확인하실래요?" 하면서 트렁크를 열어보려니 됐다면서 그냥 가랜다.


 파키스탄 입국 경험은 합쳐서 딱 두 번밖에 없지만, 주변 동료들 경험과 이런저런 잡지식을 엮어서 최대한 세관을 피하는 방법을 정리해볼까 한다.


 먼저, 지피지기 백전백...승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관세규정부터 찾아보자. (솔직히 말하지만 글 써야지 생각하고 이제서야 찾아본다. 아니 이 중요한 걸 회사에선 왜 아무도 말 안 해줬을까?)


 쓰리큐션 맞고 떠도는 인터넷 블로그 믿지 마라. 이런 건 원청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파키스탄 연방 국세청에서 관세항목을 검색하면 잘 나와있다.

 https://www.fbr.gov.pk/


 아래는 여행객 수화물 통관규정서 다운로드 링크(자료가 추후 업데이트 되면 다운되지 않을 수도 있음)

 https://download1.fbr.gov.pk/Docs/201011815113751218Brochure-014.pdf


 관세 규정은 자국민이냐 외국인이냐 따라 좀 다르긴 한데 우리(=한국인)는 외국인이니까 그것만 확인하자.


대충 해석하면,

[ 외국인/관광객에게는 아래 물품 관세를 면제한다 ]

1. 개인사용물품 (옷, 면도기, 헤어드라이어, 담배 200개 이하, 휴대전화, 손목시계, 랩탑PC 등등)

2. 사진기 하나, 비디오카메라 하나

3. 500불 이하의 전문장비

4. 데스크탑 하나(랩탑PC를 안 가져왔다면)

5. 100불 이하의 일반물품


그럼 관세율은 얼마나?

Pakistan uses the Harmonized System to classify goods. Customs duties are levied on ad-valorem basis. Pakistan’s overall average applied tariff in 2019 was 10.09 percent. Other than customs duty, the government charges 17.0 percent sales tax on the duty paid value of a variety of goods produced in or imported into the country. Customs duty and other charges are payable in Pakistani rupees.
파키스탄은 Harmonized 시스템을 사용하여 상품을 분류합니다. 관세는 종가 기준으로 부과됩니다. 2019년 파키스탄의 전체 평균 적용 관세는 10.09%였습니다. 관세 외에 정부는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되는 다양한 상품의 관세 납부 가치에 대해 17.0%의 판매세를 부과합니다. 관세 및 기타 비용은 파키스탄 루피로 지불해야 합니다.

 상품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대충 관세 10%에 판매세 17% 부과되는구나. 많이 때리네. 관세 지불은 루피가 원칙이지만 달러도 다 받는다. 입국도 하기 전에 루피가 어딨어.


공부는 끝났다. 이제 실전 팁.


1. 혼잡한 틈을 타서 섞여나가기(나는 실패했지만. 사실 귀국 비행기가 한산해서 안 혼잡한 게 아쉬웠음.)

 만석인 비행기로 입국하고 자국민 숫자가 많은 날이면 세관 검문을 100% 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 출국장에서 X-레이 검사기는 딱 한 대 뿐이다. 선별검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사람들이 우르르 나갈 때 최대한 섞여서 파도처럼 나가라. 세관원도 정신없어 안 부를 수 있다.


2. 중국인하고 엮이지 말고 가급적 유럽인 행렬에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주 단속대상은 중국인이다. 상대적으로 백인들은 프리패스 해주는 경향이 크다. 자국민 틈에 섞이는 게 불가능하고 어차피 튀는 외모라면 그래도 간간이 있는 유럽인들하고 같이 나오면 안 걸릴 확률이 더 크다. 그래도 핀셋 지명 당하면, "아, 저 사람들은 봐주고 왜 저만 불러요?" 해보자. 그리고 수시로 중국인이 아니라고 강조해보자. "아임 프럼 코리아. 사우쓰 코리아. 낫 노쓰 코리아."


3. 사는 곳을 강조하고 유력 현지인 이름을 팔자

 세관원들도 센터로스나 외교단지 내 카라코람 등의 비싼 주거지 이름 정도는 안다. 거기서 오래 살고 있는 주민이라 그러면 높은 사람이겠거니 지례 짐작하고 그냥 보내주는 경우가 많단다. 현지 고위 공무원이나 군인 이름을 알고 있으면 팔아보자. 세관원이 그 사람들을 알 리 없겠지만, 어리버리 처음 입국하는 순진한 외국인이 아니고 그냥 순순히 당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게 중요하다.


4. 애당초 걸릴만한 거 안 만드는 게 최고다

 파키스탄은 면세한도가 전문장비 500불, 일반물품 100불 이하이나, 실제 당해보면 그런 거 없다. 동일 물품의 수가 3세트가 넘거나, 재판매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또는 그렇게 우길 수 있으면) 100불 이하라도 그 자리에서 관세를 때려버린다. 코로나 시국 시 한국산 마스크를 잔뜩 쟁여 들어왔다가 수십만 원 치 관세를 물고 가져온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구매한 물품을 반입할 때는 아예 그냥 포장지를 다 벗기고 쓰던 물품처럼 가져오는 게 안전하다. 내가 쓰고 있는 중고물품에는 관세가 당연히 안 붙는다. 마스크에도 관세 붙인다고 겁줘서, 나는 이번에 한국산 KF-94 마스크를 넉넉하게 사 오면서 통은 그냥 버리고 알맹이만 비닐봉지에 담아서 가져왔다. 꼭 포장 째 새 물건을 반입해야 한다면, 구매물품이 100불을 넘지 않는다는 구매 증명서를 지참하고 있는 편이 안전하다. 파키스탄은 금주국가라 술은 반입이 안 된다. 운이 좋으면 한 병 정도는 봐준대는데, 그냥 시도하지 않는 게 좋겠다.


5. 관세를 부과당하면 그 자리에서 협상을 시도하자

 세관원이 갖은 핑계로 50불, 100불 즉결 관세를 때리면 반격의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새 물건이라고 관세를 물리면 그 자리에서 포장 해체. 내가 쓸 건데요? 하면 되고(원칙적으론 안 되지만 일단 액션), 비싸 보여서 수입관세를 물린다고 하면 이거, 싼 건데요? 하고 구매영수증을 들이밀자. 어느 용자의 글에 보면 5리터짜리 대짜 위스키를 반입하려다 걸려서 그 자리에서 뚜껑 따고 마셔버리니 세관원이 항복하며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더라. 이도 저도 안 돼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면 논리를 잘 만들어서 깎아달라고 해야 한다. 말만 잘하면 깎아준다. 부르는 대로 다 주지말자. 그들도 반입 물건의 시장 가격이 얼만지 알 리가 없고 정확한 관세 부과는 어차피 불가능하다.




 공부하면서 찾아가면서 쓰려니 힘드네요. 덕분에 저도 같이 공부해 본 파키스탄 관세규정과 입국 시 관세 피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혹시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부탁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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