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미림 시음기. 아니, 임상체험기.
술 좋아하는 우리 지사 지사장님(=나).
술안주로 딱인 저녁메뉴가 나왔는데, 세상에. 지사에 술이 똑 다 떨어졌다.
막걸리는 파우더 개서 빚어 만들려면 최소 하루 이상이 걸리고, 맥주고 위스키고 재고가 모두 바닥이다. 힝. 누가 다 먹었어? ㅠㅠ
참고로, 나는 파키스탄 국경 분쟁지역에 주거하는 파견 한국인이며 예약된 경호원과 경호차량의 밀착경호 없이는 지사 울타리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등대지기 같은 환경에 살고 있다. 그래서, 술 떨어졌다고 마트 총총 가서 술 사 올 수 없다는 얘긴데, 그럼, 경호원을 대동해서라도 사 오면 안 되냐 할까봐, 여긴 찐 무슬림 국가로 술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란 거 미리 서두에 깔고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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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없나? 없나? 정말 한 방울도 없나?
주방창고 검열 들어간다.
찾아도 찾아도 짱박아둔 술병이 있을 리 없고. 순간 눈에 확 들어온 한국에서 공수한 귀한 식재료, "미림".
아, 찾았다. 술이다.
보이시는가. 저 당당한 "알콜 14%"!
그래, 술 맞네. 심지어 "맛술", "요리술"이라고도 적어놨잖아. 그래, 아쉬운 대로 저거 마시면 되겠네.
나름 소주 정도의 도수니까 소주잔에 마셔야지.
미리 안주를 냠~ 먹고, 기대에 가득 찬 "맛술"을 한 잔 마시려는데...
헉...
너무 달다. 진짜 달다.
얼마나 다냐면, 맹물에 설탕을 타고타고 또 타서 더 이상 녹지않을 수준까지 걸쭉하게 녹인 맛하고 비슷하다. 거기에 단맛과는 완전 따로 노는 에탄올을 좀 섞은 맛.
도저히 맨입에는 못 마시겠다.
맥주잔으로 바꿔서 얼음 넣고 칵테일처럼 마시려 해봤는데, 그래도 달다.
흑. ㅠㅠ
그래도 술인데.
차마 버리진 못하겠고 딱 한잔만 마시고 말았다.
온몸에 혈당이 피크를 치는 느낌과 이가 썩는 느낌이 동시에 드는 것 같다. 지독하게 달게 만들었네.
글을 쓰다 말고 "미림"이 궁금한 글쟁이는 미림을 또 인터넷에 찾아본다.
아. 이게 원래 정통 미림?
소주·찐 찹쌀·누룩을 섞어 빚은 다음 그 재강(술지게미)을 짜낸, 맛이 단 일본 술.'미림'은 소주, 청주 등과 같은 술의 종류를 일컫는 명칭인데 상표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위키
원래 일본술이고 단맛이 강하기로 유명한 술인데, 그걸 요리주 상품명으로 그대로 가져온 거라고 합니다.
암튼 너무너무한 단맛에 두 번째 잔이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던 "미림" 시음기.
뭐든 적당해야 맛있는 법이다.
(하루 참고, 그다음 날 막걸리 재워 만들어 먹었다는 후문... 우리 지사장님은 막걸리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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