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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Sep 16. 2022

금주국가 파키스탄에서 막걸리를 마셔보자!

역시 한국인은 막걸리 막걸리

 나는 막걸리 예찬론자.


 뭐... 이유는 별 거 없다. 싸고(생각해보니 싸진 않다. 그래도 다른 비싼 술보다는...) 맛있고 배부르고 무엇보다 "한국적"인 술, 막걸리.


 파키스탄에 살면서 가장 그리웠던 한국음식(?) 중 하나였던 "막걸리"를 이번 중간 귀국길에 업어왔다.

 파키스탄은 금주국가라 단 한 병의 술도 세관에서 통관이 안 되는 국가인데 어떻게? 심지어 막걸리는 쉽게 변질되는 유통기한이 매우 짧은 전통주 아닌가. 돈워리. 다 방법이 있다. 이름하야 막걸리 키트!!!

 통관 X-레이로 아무리 살펴본들 밀가루 또는 조미료처럼만 보이니,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생소한 막걸리 키트를 얘네들이 잡아낼 리 없다. 설혹 걸린다고 한들, "먹는겁니다"라고 하고 들고 올 참이었다. 먹는 거 맞잖아. 어쨌든 예상한 바와 같이 입국 환국 출국 총 세 번의 X-레이 짐검사에서도 요것만큼은 시비 안 걸리고 무사반입 성공!


 키트를 쓰지않고 제대로 막걸리를 빚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 오래 근무하시는 몇 한인 기술자 분들은 한국에서 아예 전통 누룩을 공수해서 가져온 후 현지에서 구한 쌀로 직접 막걸리를 빚어 드신다던데, 나는 그 정도 열정도 기술도 안 되고 그냥 편하게 편하게 살기로 했다. 돈은 조금 비싸긴 하지만, 날마다 마실 것도 아니고, 아껴 먹으면 또 그만큼 소중해지니까 적당히만 막걸리 키트를 업어왔다.


막걸리 키트는 이렇게 생겼다. 큰 파우치+작은 파우치. 이게 끝.

요렇게가 한 세트!


 물 1.5리터(취향따라 2.0리터도 가능)에다 큰 파우치 작은 파우치 모두 뜯어 잘 섞어 상온에서 하룻밤만 재우면 끝! 너무 쉽나? 다른 기교 필요없다. 진짜 이게 끝.



 다만, 1.5리터 생수통에 막걸리 키트 가루를 섞으면 당연히 넘치니까, 따로 섞어다가 500mL 생수병 두 개를 더 준비했다.



 조심할 것은 너무 덥거나 추운 곳에서는 발효가 잘 안 되니까, 적당한 상온(25도씨 내외)에서 재우는 것이 필요하고, 재우는 과정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발생하니까 뚜껑을 덮어두면 안 된다. 뚜껑을 꼭 닫아 발효하다간 살상무기처럼 펑~ 폭발하는 막걸리통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주의!(흠.....암살무기 연구소, BX팀 신작???)


(막간에 깨알 홍보. 나름 초보 소설가)

https://brunch.co.kr/@ragony/138


 막걸리는 월요일 오후부터 재우기 시작해서, 화요일 오후에 살짝 맛을 보니 충분히 잘 익었다.

 원래 업무 긴장도와 스트레스가 적당히 쌓이는 수요일에 우리 팀장님들하고 나눠먹을 참이었는데, 맛있는 술을 앞에 두고 하루 더 참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냥 그날 다 퍼마셨다. ㅋㅋㅋ


 술상 사진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술 마시느라 바쁜데 사진찍을 시간이 어딨노. 주당들께선 이해하실 거다.


 술맛 품평.

 이거, 생각보다 맛있다.(광고아님. 협찬아님. 내돈내산 현지로케 인증본.)

 진짜 전통주점에서 주전자에 막 부어먹던 그런 전통주 맛이 난다. 억지로 가공한 뭔가 좀 모자란 캔 막걸리 맛 아니다. 약간 시큼하면서도, 깊이 있고, 달콤하고, 구수~하고 달달한 딱 상상했던 그 맛이 난다. 시중 막걸리보단 살짝 단맛이 좀 더 강하지만, 내입에는 잘 맞다.


 현지 조리사님이 마련해주신 계란말이와 갈비찜의 기본 안주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막걸리와 무척 잘 어울리는 의외의 조합이 있다. "새우깡"


 지난번 무자파라바드 출장을 갔을 때, 협력회사 법인장님이 친히 내어 준 "새우깡" 반 봉지가 너무너무 맛있었고 기억에 강렬해서, 이번 귀국길에도 여섯 봉지를 공수해왔다.(부피 탓에 더 가져올 수는 없었다.ㅠㅠ) 아참. 왜 반 봉지였냐면... 한국인 귀빈이 왔을 때만 아껴먹는 거라며 지난 설날 때 반 봉지 먹고 냉동실에 보관해두던 마지막 새우깡이라 하셨다. ㅋㅋㅋ 그 정성이 너무 고마운 거지~


과자도 냉장고 보관해야 신선하다.

 뭐 어쨌든, 술 마신 김에 팀장님들 불만 접수 시간도 갖고, 4부작 "문어" 완간 자체 기념도 하고... 겸사겸사 부어라 마셔라 다 털어먹었다. (원래 술 먹는데 이유없는데 다 갖다 붙이면 된다.)


(망했지만, 그래도 최신 SF신작소설 깨알 홍보)

https://brunch.co.kr/@ragony/144


 이제 4봉지 남았으니, 대충 총 6L 더 만들 수 있다. 내년 초에나 다시 한국에 갈 거니까, 한 달에 막걸리 한두 잔 정도는 더 마실 수 있겠다. ^_^


 많지는 않지만 있는 게 어디냐.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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