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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Sep 07. 2022

파키스탄 귀국 신고

한국엔 잘 다녀왔습니다

 1주일간의 짧은 한국 중간귀국휴가를 소진하고 파키스탄에 돌아왔습니다. 한국 갈 때는 태국 방콕 수완나폼 공항을 경유해서, 돌아올 때는 카타르 도하공항을 경유해서 왔습니다.



 가는 데 사흘, 오는 데 이틀 써버리고 보건소 갔다가 코로나 음성결과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 또 하루 하고, 오가며 시차 적응하다 끝나버린 느낌이 드네요. 직항편이 없어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번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 파키스탄 오는 일정이 귀국인지 출국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제 귀국일정이라고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파키스탄 귀국해서 늘 기거하던 지사 사택에 도착하니 "홈 스위트 홈, 집이 제일이지~"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걸로 봐선, 몸도 맘도 이미 절반은 파키스탄인이 된 것 같습니다.


 한국과 파키스탄은 4시간 시차가 있습니다. 큰 차이 아닌 것 같은데 밤 8시(한국시간 밤 12시)만 되어도 졸려서 몸을 가누기가 힘드네요. 시차 적응에 며칠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가느라 에너지 소진 다 해버리고, 자리 비웠다고 밀린 일 좀 쳐내고, 시차적응 못해서 퇴근하자마자 잠들고 하다보니 며칠 브런치에 소원해져 버렸습니다. 글을 쓸 땐 글 쓴다고 피곤해했었는데, 글 안 쓰고 손을 며칠 놔 버리니 도무지 내면의 에너지가 충전이 안 되네요.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내면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에는 글쓰기만 한 작업이 없는 것 같습니다.


 파키스탄에서 현지 재료로 유사 한식을 만들어 먹다가 한국 가서 진짜 한식을 먹으니, 어찌 그리 맛있던지.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봤지만, 한국만큼 음식이 다채롭고 맛있는 나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입이 짧거나 편견이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닌데, 간장 고추장 된장 등 발효된 재료로 식자재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음식 종류가 다양하고 다양한 조리법과 육해공 요리 재료를 다채롭게 쓰는 나라는 한국을 따라 올 나라가 없습니다.


 귀국하며 한국 식재료로 수하물 중량 한계까지 꽉꽉 눌러 담아왔습니다. 공항 리무진이 망해서 지방 소도시에서 버스 타고, 지하철 갈아타고, 공항철도 갈아타고 공항까지 운반하느라 힘들었는데, 그 여파로 오십견이 심해져서 끙끙대고 있습니다. 대신 신기하게 허리가 덜 아파요.... 한 군데가 더 아프면 원래 아프던 곳이 신기하게 증상이 좋아집니다. 이담에는 돈 더 쓰더라도 그냥 KTX 타고 편하게 이동해야지 다짐해봅니다. 몇 만원 더 아끼려다 몸 상하겠어요. ㅠㅠ


 파키스탄 수입품 통관 기준 100불 이하의 일반물품만 무관세 통관시켜줍니다. 트렁크에 식자재를 미어터져라 넣고 와서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통관에서도 먹는 걸로는 시비를 안 거네요. 한국식 저염 런천미트 통조림이 뭐냐고 상자를 까 보라고까진 했는데, "캔드 미트, 두유 원 투 오픈 잇 히어?" 하면서 통조림 여기서 까봐요? 하며 짜증을 냈더니 그냥 가라고 보내줍니다.


 되려 여행객들은 순순히 보내주는데, 취업비자를 가진 제가 들어가려니 심사 길목마다 무진장 깐깐합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들락날락하며 반 내국인이 된 저한테 오히려 친절해야 맞는 거 아닌가요? 내가 이 나라에 근로소득세를 얼마나 내는데... 입국 심사대에서 10여분, 수하물 통관 검색대에서 10여분, 최종 입국통관대에서 10여분... 대기시간 제외하고 심사만 30여분 넘게 받고 입국했습니다. 어쨌건 파키스탄은 외국인 취업자에게 관대한 국가는 아닌 것 같아요. 중국인들이 하도 못되게 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나 중국인 아님을 수 차 외쳐도 어쨌든 통하지 않더라구요.


 원래 파키스탄은 Pass-Track으로 전산입국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부터 외국환 반출입 신고 의무가 생겼어요. 그런데, 입국장에서 그 어느 누구도 Pass-Track 신고이력을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외국환 반출입 신고 사이트도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 역시 그 어느 누구도 확인하지 않습니다. 코로나 PCR 또는 RAT 음성 확인서나 예방접종증명도 확인하지 않습니다. 여권 비자만 있으면 그냥 Pass.


 통관 식자재 중 이번에는 막걸리 제조 키트를 공수해서 왔습니다. 통관에서 걸리면 카레가루 같은거다 먹는거다 퉁치고 우길 생각이었는데 걸리지 않았고 무사히 숙소까지 이송완료. 한국이 정말 그리울 때쯤이면 제조해서 동료들하고 갈라 먹을 거예요.


 새우깡도 트렁크 부피가 허락하는 한 왕창 쟁여가지고 왔습니다.(그래봤자 몇 개 안 되지만) 당장 푸짐한 술 키트와 한국산 과자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푸근합니다. ^_^


 한국은 곧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네요~ 미리 추석인사 드립니다. 모두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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