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거의 쓰지 않는 기능
카카오톡에 있는 "음성메시지" 전송 기능.
이거, 써 보신 분, 손? 핸즈 업 플리즈~
글쎄, 이 기능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내가 직접 조사해 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내 주변 사람은 이 기능으로 내게 음성메시지를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나 또한 이 기능을 써 보려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음성메시지"를 보내느니, 그냥 통화하는 편이 훨씬 낫고, 그보다는 전화수신의 강요가 없는 "문자메시지" 보내는 것이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서다.
그런데, 이곳 파키스탄에서는 "음성메시지" 기능을 엄청 활발하게 쓴다.
파키스탄에서는 한국의 카톡 격인 whatsapp이 메신저 서비스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며, 카톡 음섬메시지 기능과 매우 유사한 "voice message"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 현지사람들은 이 기능을 엄청나게 즐겨 쓴다.
얼마나 자주 쓰냐면, 문자메시지 기능보다 이 기능만 중점적으로 쓰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물론, 사람 성향마다 케바케이긴 하다.)
나도 처음 현지인들과 소통하면서 뜬금없이 "voice message"를 보내와서 엄청 당황했었는데,(그럴 수밖에 없는 게 들리지도 않는 영어를 매번 폰으로 짧은 듣기평가 해야한다고 상상해보시라.) 이게 다 그런 연유가 있다.
이걸 설명하려면, 파키스탄의 언어 환경과 공용어, 상용어에 대한 얘길 좀 해야 한다.
파키스탄은 공식적으로 우르두어를 공용어, 영어를 상용어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건 국가의 바람일 뿐이며, 여전히 전 국민의 언어통일이 안 되어있다. "How many languages are spoken in PAKISTAN?"이라고 구글에 물어보니, 70~80여 종의 소수언어가 있댄다. 그 언어 중 상당수는 고유언어를 표기할 문자체계도 없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면 소수민족 언어 말고 공용어(우르두어), 상용어(영어)를 아예 못하는 국민도 상당수다. 자. 그럼, 대안은? 없다. 그냥 그 소수민족 구두언어만 쓰는 것.
그럼 이 사람들이 메신저 어플은 어떻게 사용할까?
짐작하셨다시피, "voice message"만 사용한다. 소수민족 언어를 표기할 문자체계 자체가 없다.
우르두어는 상황이 조금 낫긴 하다. 안드로이드 폰에선(애플은 모르겠다) 우르두어 자판을 제공한다. 하지만, 모든 폰에서 기본으로 이게 되는 건 아니고, 우르두어 폰트와 우르두어 키보드를 별도로 설치해야 사용 가능한 데다가, 우르두어의 입력은 한자나 일어와 비슷하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통상 어떻게 하냐면, 영어에서 소리만 음차해서 우르두어를 영어로 표기하는 방법으로 문자 소통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것도 "우르두어"를 할 줄 알며, "영어" 음차표기 정도는 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가능한 것.
그래서 또 대안은?
"직접 전화통화" 아니면 "voice message"밖에 없는 거다.
영어를 좀 할 줄 아는 사람에게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파키스탄 내에서 영어가 상용어긴 하지만, 체감상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모두가 능숙한 비중은 많이 잡아야 전체 인구의 10% 남짓? 영어를 조금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비중이 대충 50% 정도이며, 영어단어 하나도 모르는 비중도 절반이나 된다.
상업이나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영어가 유창한 편인데, 짐작하셨다시피 이들 중 태반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 듣기 말하기는 되는데, 읽기 쓰기가 안 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당연히 이들도 그들의 유창한 영어스피치 실력과는 전혀 다르게 짧은 메시지 작성에도 곤혹스러워한다. 역시 대안은 "voice message".
직접 전화통화 하면 되지 않냐고 물어보실 수 있겠다.
여기엔 또 다른 사정이 있다.
파키스탄은 매우 넓은 나라라서, 통화 불가 지역이 너무나 넓다. 항시 도심지에만 주거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통화성공률이 별로 높지 않다. 그리고 메시지앱의 본연적인 편의기능인 "내가 말하고 싶을 때 안 기다리고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보내놓을 테니, 시간 될 때 들으셔요."
내가 전화를 걸고, 상대가 전화받기를 기다리고 하는 번거로운 과정 다 생략하고 딱 내가 말하고 싶을 때 "voice message"만 보내는 셈이지. 암튼 이런 전반의 문화가 국가 전체에 깔려있으므로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쯤 해서, 한국에서 "음성메시지" 기능을 거의 쓰지 않는 이유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1. 문맹률이 지극히 낮으며, 한국어를 한글 문자로 표현-특히 스마트폰에서 입력-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2. 국가 내에서 통화음역지역이 거의 없어, 정말 급할 때 전화통화를 하면 거의 실시간 연결이 된다.
뭐, 저런 상황이니, 굳이 뭐 하러 "음성메시지"를 쓰겠는가.(물론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내 주변 한국인 중에선 본 적은 없지만...)
한글이 없었다면 아마 한국에서도 "voice message(음성 메시지가 아님)" 기능을 활발하게 쓰고 있지 않았을까?
파키스탄 "voice message" 기능이 활성화된 걸 보며 느끼는 점이다.
고맙습니다. 세종대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