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관람기 제7편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ragony/564
2024년 11월 17일 일요일.
파리 여행 나흘차. 총 여정 9일 차.
아침 첫 일정으로 파리 대표 관광지 루브르 박물관 관람하는 이야기.
당일 12시 08분부터의 이야기.
고풍스런 건축물인 루브르 궁전에서 나폴레옹 홀로 나오면 또 이렇게 현대적인 곳으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뀝니다.
홀 내부에 각종 먹거리가 유혹을 하긴 하지만, 얼마전에 드농관 내부 카페에서 빵과 오렌지 주스를 먹고 왔으니 아직 참을만합니다. 다 보고 밖에 나가서 먹을 거예요.
가격은 만만치 않게 비쌉니다. 샐러드팩 하나 1만 4천원, 샌드위치 한 팩에 1만원...
노천카페 나라답게 홀 공간 따로 없이 복도 취식.
으... 저는 좀 어색했어요. 이상해이상해...
리슐리외(Richelieu) 전시관에 들어왔습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마를리 안뜰(La Cour Marly)입니다.
오오오~여기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군요. 원래 중정이 위치한 ㅁ자 건물 지붕을 유리로 덮어놨어요.
덕분에 인공조명 없이도 실내가 매우 환하고 아늑한 기분이 듭니다. 야외인지 실내일지 모를 개방감도 있어요.
공간 소개가 잘 된 칼럼이 있어 가져와봅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1023
자연조명을 받는 엄청난 공간감의 중정에 디테일 끝내주는 석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중 눈여겨보셔야 할 작품은, 저 꼭대기에 대칭을 이루며 서 있는 말!
'마를리의 말(Marly Horses)'이라고 불리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Marly_Horses
예술적 의의나 역사성은 저도 잘 모르겠고, 말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역동감이 대단한 조각입니다. 마를리 안뜰을 고상하면서도 역동성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를리 안뜰은 그 공간 자체가 예술작품입니다.
층층이 단을 만들고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공간에 처음 들어가면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와요.
아, 이거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웅장하면서도 우아한데, 사진만으로는 전달이 안 되네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 조각입니다.
정말 역동적이고 정교하지요?
나팔이 없는 쪽이 머큐리 신(위), 나팔 들고 있는 쪽이 페메(명성) 신(아래) 입니다.
Fame Riding Pegasus
From the park of the Château de Marly (near Paris), horse pond, 1702.
Carrara marble, 1698-1702
Fame is depicted blowing her trumpet as she holds the reins of the winged horse Pegasus. Like its companion piece, this large sculpture group to the glory of King Louis XIV was commissioned in 1698 from Antoine Coysevox to decorate the horse pond at the entrance to the park at Marly. It was carved from a huge block of marble and completed in a record time of two years, confirmed by an engraved inscription.
페가수스를 타고 있는 페메(명성의 신)
샤또 드 마를리(파리 근처) 공원의 말 연못, 1702년.
카라라 대리석, 1698-1702
페메(명성의 신)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의 고삐를 잡고 나팔을 불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동반 작품과 마찬가지로 루이 14세의 영광을 기리는 이 거대한 조각품 그룹은 1698년 앙투안 코와즈복스에게 의뢰하여 마를리 공원 입구에 있는 말 연못을 장식했습니다. 거대한 대리석 블록에서 조각되었고 2년이라는 기록적인 시간 안에 완성되었으며, 새겨진 비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D%8E%98%EB%A9%94
마를리 안뜰(La Cour Marly)에서 바로 이어지는 반대편의 퓌제 안뜰(La Cour Puget)입니다.
구성은 비슷한데, 역동적인 마상들이 가득 채워져 있던 마를리 안뜰에 비하면 좀 차분한 느낌입니다.
왜냐면 가만 앉아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온몸이 녹색인 걸 보니 판도라 행성의 외계인인가 봅니다.
하다못해 외계인까지 가져다 놨어 루브르... ㅠㅠ
어린 시절의 앙리 4세 동상이군요. 어쩐지 부티가 나더라니.
1553년도에 태어난 앙리 4세는 프랑스 부르봉왕조의 시조왕입니다.
한국사도 잘 모르는데 프랑스 왕가 이야기는 더 머리 아프니 요기까지만.
Diana the Huntress, 1782.
다이애나는 사냥의 여신이라는군요.
그리스 로마 시절, 주식시장이 있었으면 주식투자의 신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청동상인데 조명 영향인지 피부가 유달리 곱고 매끈하네~ 하면서 찍었습니다.
아니, 늬들이 여기 왜 또 있어?
영국 박물관 지킨다고 가 있지 않았어?
영국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이 라마수 조각상이거든요.
사이즈도, 자세도 똑같은 라마수 조각상이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가 루브르에도 있었어요.
아시리아 수호신을, 런던, 파리에 다 옮겨두면 아시리아는 누가 지키고?
그래서... 망했나......? 암튼.
물건은 제 자리에 두시고, 빌려 썼으면 반납합시다...
오래된 격언도 있잖아요. '고기는 냉장고에, 물은 셀프'
어쨌든, 영국 박물관에서 느꼈던 불편한 감정이 다시금 살아납니다.
https://brunch.co.kr/@ragony/496
다른 유물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거대 석상은 원래 그 지역 그 자리에 있어야 더 어울리는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가 영국하고 프랑스에서 먼 지역에 있어서 망정이지, 가까이 있었더라면 다보탑이며 석굴암이며 해태상이며 다 뜯어왔을 것 같다는 오싹한 느낌이 들었어요.
리슐리외 관의 시그니처, 함무라비 법전입니다.
기원전 1792년 ~ 1750년경에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에 의하여 제정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고대 법전이죠.
이 법전 역시 기구한 운명, 바빌로니아 후예들이 사는 중동 나라 중 하나가 소유하지 못하고 머나먼 이국땅 프랑스 파리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후예에 해당하는 중동위치 나라들 한 번 나열해 볼까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튀르키예, 키프로스, 이란.... 이 중 바빌로니아 후예라고 보기 힘든 이스라엘 빼고 나면... 프랑스하고 다이다이 붙을 수 있을만한 나라들 안 보이는군요. 네네.. 다 그런거죠 뭐....
https://namu.wiki/w/%ED%95%A8%EB%AC%B4%EB%9D%BC%EB%B9%84%20%EB%B2%95%EC%A0%84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으로 매우 유명한 그 법전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문법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더 오래된 법전은 따로 있습니다. 우르남무 법전이 현재까지 발굴된 유물 중 가장 오래된 성문법전이라고 하네요.
리슐리외 관에서 시그니처 보물찾기 끝냈으니, 나머지는 이제 설렁설렁 봅니다.
뱀과 싸우는 헤라클레스도 있고,
나폴레옹 두상도 있고,
뱀과 싸우는 사자 청동상도 있네요. 매우 역동적입니다.
'사냥의 천재(The Genius of the Hunt, Bronze, sand cast, 1838)'라는 제목이 붙은 비교적 근대 청동상입니다. 역동적이고 멋있긴 한데... 동물들이 좀 측은해 보이는군요.
원래 리슐리외 관에는 함무라비 법전 하나만 제대로 보고 오자는 마음으로 갔었는데요, 실제 가서 보고 오니 마를리 안뜰(La Cour Marly)이라는 공간 그 자체가 시그니처였습니다.
다른덴 못 가봐도 여긴 꼭꼭꼭 가 보세요.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신비로운 마음이 또 들 거예요.
얼마나 우아우아한 공간이었다구요.
더 보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이제 루브르 박물관을 빠져나옵니다.
이미 계획한 시간에서 40여분을 더 소모했습니다. 안 본 곳이 너무 많은데, 이쯤에서 포기하고 끊고 나옵니다. 더 있다간, 오후 일정이 다 꼬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래도 뭘 좀 먹고 가기로 해요.
오후 일정도 만만치 않게 빡빡하거든요.
하, 학창 시절에 공부를 이렇게 빡세게 했었더라면 지금쯤.... 아, 아닙니다.
빡세었지만 나름 알찼던 루브르 박물관 관람기 끝.
그간 지겨움을 참고 따라와 주셨던 애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다음 이야기 : 루브르 박물관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점심 먹어본 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