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기분이 바닥이었다. 다시 열심히 살다 지쳤던 것일까?
맛있는 걸 먹어도 기분이 올라오지 않았다.
인생이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재밌는 인생은 없다고 나를 토닥였지만 이 방법도 먹히지 않았다.
계속 바닥을 찍는 기분에 안 되겠다 싶어 대충 챙겨 입고 가방에 노트북을 던져 담은 뒤 밖으로 나갔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 도착한 카페에서 글을 썼다. 조금 환기가 되었지만 집에 돌아오자 다시 미끄러지듯 기분이 내려갔다.
왜 이러지?
기분이 안 좋은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우선 폭신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찬찬히 마음을 살폈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니 내가 정한 목표가 또 너무 컸고, 그것을 이루려 달려가는 길에 지쳐버렸다는 답이 나왔다.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한방에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한 과욕을 부렸고,
작은 실패를 맛본 뒤
'왜 나는 안 되는 거야' 하는 절망감이 밀려온 상태였다.
음..그랬군.
마음을 가다듬고, 내 모습과 상황에 대해 수용해 준 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청소를 시작했다.
나는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고, 우울을 앓기도 했다.
그래서 내 기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찾아 놨다.
맛있는 것 먹기, 밖에 나가 걷기, 위로가 되는 책 읽기, 묵상하기, 누워서 사색하기, 글쓰기, 청소하기, 여행 가기, 문화생활 하기 등등.
그중 간편하면서도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고 가족들에게도 득이 되는 '청소하기'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생각이 들 때 거기 매달려있기보단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어수선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집이 꽤나 엉망이었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미뤄놨던 아이 장난감방을 뒤집어엎었다.
버릴 것들을 버리고 청소를 하니 매우 깨끗해졌다.
방청소를 했을 뿐인데 마음 청소를 한 것처럼 마음도 덩달아 시원해졌다.
방 안에 생긴 여유공간만큼 다시 시작할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같았다.
힘이 생긴 김에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를 꺼내 목표를 단계별로 나눠 재설정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하루 한걸음이라도 걷고 있는 나를 칭찬하고 응원했다.
기분이 많이 괜찮아졌다.
나는 오늘도 나를 돌보며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