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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슉 Aug 04. 2021

소박하다

2021년 8월 4일 오늘의 나

2021년 8월 4일 오늘의 나     


소박하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행복을 주는 것

거창한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어려운 소시민의 입장을 나타낸 말이라 생각하면 씁쓸한 단어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소소하고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삶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깊은 공감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단어이다.   

   

내 앞에 나열된 날들 또한 매번 크고 놀랄만한 일들이 생기진 않는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말이다. 소소한 일들이 모여 삶이 된다. 그렇기에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하루의 시간들이 매우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핫도그 드실래요?”

옆팀의 팀장님이 불쑥 물어온다. 

“엥? 갑자기 웬 핫도그요?”

“옆 건물에 명량핫도그 오픈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려고요.”

“왜? 오늘 무슨 날이에요?”

“아니요. 그냥 제가 사고 싶어서요~”    

 

천사다. 내 주변에 이렇게 너그럽고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 또 있다니. 나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인 내 입장에서는 귀한 존재이다.      


갑자기 신이 난다.   

   

내일까지 전달해야 하는 보고서 수정도

오늘 회의에서 정해진 사항을 정리해야 하는 것도

업무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보내달라는 자료를 보내지 않아 재촉하는 연락을 하는 것도     


한순간 저 멀리 제쳐둔다. 

그까짓 것들,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이라고. 

지금 이 순간은 통모짜 핫도그만이 중요할 뿐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그렇지만 추접스럽지 않아 보이게 그리고 태연한 척 통모짜 핫도그를 기다린다. 방금 튀긴, 겉은 바삭 속은 치즈가 촉촉한 통모짜 핫도그를 받아 든 순간... 파블로프의 개처럼 나는 이미 포장지를 벗기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한 치즈가 바삭한 빵가루, 촉촉한 밀가루 반죽, 새콤한 토마토케첩과 어우러져 내 흥을 더욱 돋운다.   

  

오호호호~ 맛있다. 신난다.     


바쁘고 짜증 나는 시간들 속에서 잠시나마 나를 건져 올린 건 통모짜 핫도그였다. 내 손에 핫도그가 쥐어진 그 시간 동안은 부러운 것이 별로 없었다. 거창하지 않은 핫도그 하나가 오늘의 모든 시간들을 덮어쓰기 하며 나에게 소확행이 되었다.      


“여기 통모짜 핫도그 짱 맛있죠?! 진짜 바삭하게 잘 튀기는 것 같아요! 종종 사 먹어요, 우리!”

같은 통모짜 핫도그를 주문했던 직원의 목소리에 신남이 한껏 묻어있다. 

“진짜 맛있네~ 종종 사 먹자~”     


핫도그 하나에 즐거워하고 만족해하는 우리들 모습이 참으로 소박하다. 

삶의 시간들이 항상 거창하고 요란할 수는 없다. 이렇게 소박한 시간들이 모여서 거대하고 아름다운 시간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 같다. 


내 시간의 행복한 한 순간을 오늘도 소박하게 채웠다. 

오늘은 소박하지만 알찬 시간이었다. 

통모짜 핫도그가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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