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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Aug 02. 2020

외로움, 갈증

달빛 하나 안 보이게 구름으로 둘러싸인 밤하늘 아래

이대론 집 가기 아쉬워서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내가 있다.


공원에서 페달을 빠르게 밟으면서 자전거 경주를 하는 아이들.

손잡고 정답게 웃으면서 걸어가는 커플.

공원 운동기구들을 이용하는 노부부들.

그 쌍쌍들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다.


혼자 있을 땐 정말 이 세상에 달랑 나 혼자 남겨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무언가가 이렇게 갈증이 나있을까.

일요일 오후 9시 40분쯤.

똑같이 반복될 다음날의 월요일이 다가오는 게 싫어

조금이라도 늦추고자 공원을 서성인다.

내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 더욱더 갈증과 공허함을 부른다.

시간은 떠밀리듯이 지나간다.


혼자인 것이 오래되면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익숙해지지 않고 오히려 외로움의 농도만 짙어졌다.

그렇게 혼자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 때 휴대폰을 들어 전화번호부 목록을 살펴본다.

엄마, 아빠, 오빠, 친구...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해본다.

그리고 전화도 걸어 소중한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면

그나마 그 외로움이 조금은 진정이 된다.


저기 운동하는 사람들과 걸어가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

외로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서 모를 뿐이라 생각하면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내일도 외로움을 잊기 위해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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