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선물 있어요!”
우리 직원 중 유일한 20대, 수줍지만 MZ력을 뿜뿜 뽐내는 막내 직원이 젤리 한 봉지를 꺼냈다.
“아! 이거 샀네!!”
“젼언니 젤리잖아!”
모든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젤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단 한 명, 나만 빼고..
‘젼언니가.. 뭐지..?’
“언니! 무슨 맛 드실래요?”
젤리와 낯가리던 나의 침묵을 깨고 막내가 물었다. 그리고 나도 산통깨는 질문으로 그들의 흥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젼언니가 뭐예요..?”
카페에서 일하는 동안 두바이 초콜릿, 벽돌 초콜릿 등등 유행 간식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SNS에서 몇 번 봤지만, 그야말로 휴대폰 속 이야기일 뿐이었는데, 직접 맛보게 된 건 동료들 덕분이었다.
어디 가서 “아 그거? 나 전에 먹어봤잖아~” 하고 으스댄 건 안 비밀.
간식들은 참 달콤했지만, 마음 한편은 씁쓸했다.
‘하 씨.. 나도 한 유행하던 사람인데..!’
트렌드 세터는 아니었지만, 최전방에서 따라가던 시절은 분명 있었다. 20대 때 온갖 유머 사이트를 순회하며 유행어, 짤, 밈(그땐 ‘밈’이란 단어는 없었지만)을 빠삭하게 챙겼다. 30대가 되어서도 육아에 바쁜 친구들과 달리, 트렌드는 여전히 빠르게 캐치하는 나라고 자부했는데..
이제 동료들은 유행 얘기를 꺼낼 때 "언니 그거 아세요?" 하고 먼저 물어본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아, 내 나이는 이 세상의 주류가 아니구나..!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있을 땐 물결 따라 흘러가는 걸 느끼지 못하다가, 한참 멀리 밀려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떠내려왔는지’ 알아차린 느낌이랄까.
둥둥 밀려난 채 먼발치에서 모래사장 위 뜨거운 젊음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아니라 저들을 보고 있었구나.
나도 모르게 ‘젊음’을 놓지 못하고 있던 시간들이 보였다.
시선을 거둬 나에게 돌리자 두 가지 모습이 보였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온 30대 후반. 그리고 이제 막 새로운 직업에 뛰어든 신입 바리스타. 노련함과 미숙함이 공존하는 나. 왠지 모순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나인걸.
피할 수 없는 흐름에 그냥 나를 맡기기로 했다. 억지로 젊으려고 하지도 않고, 굳이 늙었다고 궁상떨지도 않고.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지금의 나는 이렇다.
조금 이상할 수도 있고, 조금 특별할 수도 있는 상태.
둘 중에 나는 ‘특별함’을 고르기로 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