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상담 가는 날, 예약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셨다.
늘 점심시간에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다. 커피 맛은 보통인데, 한잔에 1500 원하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 같다고 주문을 하며 생각했다.
복잡한 사람들 틈에서, 혼자인 것이 익숙한 듯 억지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본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흥미롭게 들리지만 듣지 않으려 애쓴다. 나도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어 이곳에 혼자 있는 것처럼 핸드폰을 들고 손가락을 무심하게 움직여본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늘 준비 없이 그냥 나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해야지 하는 게 나의 준비라면 준비다.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 날은 웃다가, 어느 날은 울다가 나온다.
내가 처음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내가 꽤 오랫동안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웃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였다.
그렇게 찾아간 심리상담센터에서 선생님께서 처음 하신 질문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영 님이 진짜 원하는 게 뭘까요?
내가 잘되는 거요.
내가 잘 되는 것.
내가 행복한 것, 내가 성공하는 것, 내가 건강한 것.
나부터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어디에서도 드러내지 못했다.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초라한 욕심처럼 느껴졌었다.
어디에서도 해본 적 없는 말을 이곳에선 할 수 있었다.
이기적인 내가 부끄러웠는데,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꺼내기 힘든 내 안의 말을, 누군가는 평생 쉽게 내뱉지 못할 마음속 얘기를, 나는 내가 마음이 아픈 덕분에, 그것을 알아차리고 상담실 문을 두드린 용기 덕분에 나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해요.
나는 이런 나를 부정하고 있었다.
남을 더 배려하는 이타적인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문제는 이기적인 내가 아니었다.
이기적인 나를 인정하지 않는 나 자신이었다.
나는 이기적이고, 덜렁거리고 소심하다.
그리고 이런 내가 싫었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들켜서는 안 됐다.
숨겨야 하는데 들키게 하는 사람들이 불편했고,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들 앞에서 불안했다.
나는 오랫동안 병원을 다니고 있다.
여전히 실수 투성이인 나를 들키면 안 될 거 같은 사람들이 어렵고, 나를 소심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이제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고, 이렇게 쓸 수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병원에 와서 조울증과 ADHD진단을 받고 나는 그제야 나를 인정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로 했다.
이기적이고 부족한 내가 창피하지 않다.
ADHD라서 나는 나를 더 사랑하기로 했다.
조울증이라서 나는 더 행복이 소중해졌다.
내가 용기를 내서 참 다행이다.
내가 나라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지금의 내 모습이 정말 나일까요?
혹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나를 한 번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진짜 나를 찾아보세요.
진짜 나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내가 바라는 것을 숨기지 말아요.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내가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니에요.
나만이 나를 알아볼 수 있고, 나는 이루고 꿈꿀 수 있는 사람이에요.
다 괜찮아요. 나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