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흔살의나비 Aug 16. 2023

고마운 ADHD

오늘은 상담 가는 날, 예약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셨다.

늘 점심시간에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다. 커피 맛은  보통인데, 한잔에 1500 원하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 같다고 주문을 하며 생각했다.

복잡한 사람들 틈에서, 혼자인 것이 익숙한 듯 억지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본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흥미롭게 들리지만 듣지 않으려 애쓴다. 나도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어 이곳에 혼자 있는 것처럼 핸드폰을  들고 손가락을 무심하게 움직여본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준비 없이 그냥 나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해야지 하는 게 나의 준비라면 준비다.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 날은 웃다가, 어느 날은 울다가 나온다.

내가 처음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내가 꽤 오랫동안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웃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였다.

그렇게 찾아간 심리상담센터에서 선생님께서 처음 하신 질문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영 님이 진짜 원하는 게 뭘까요?

내가 잘되는 거요.


내가 잘 되는 것.

내가 행복한 것, 내가 성공하는 것, 내가 건강한 것.

나부터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어디에서도 드러내지 못했다.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초라한 욕심처럼 느껴졌었다.

어디에서도 해본 적 없는 말을  이곳에선 할 수 있었다.

이기적인 내가 부끄러웠는데,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꺼내기 힘든 내 안의 말을, 누군가는 평생 쉽게 내뱉지 못할 마음속 얘기를, 나는 내가 마음이 아픈 덕분에, 그것을 알아차리고 상담실 문을 두드린  용기 덕분에 나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해요.


나는 이런 나를 부정하고 있었다. 

남을 더 배려하는 이타적인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문제는 이기적인 내가 아니었다.

이기적인 나를 인정하지 않는 나 자신이었다.

나는 이기적이고, 덜렁거리고 소심하다. 

그리고 이런 내가 싫었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들켜서는 안 됐다. 

숨겨야 하는데 들키게 하는 사람들이 불편했고,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들 앞에서 불안했다.


나는 오랫동안  병원을 다니고 있다.

여전히 실수 투성이인 나를 들키면 안 될 거 같은  사람들이 어렵고, 나를 소심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이제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고, 이렇게 쓸 수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병원에 와서 조울증과 ADHD진단을 받고 나는 그제야 나를 인정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로 했다. 

이기적이고 부족한 내가 창피하지 않다.

ADHD라서 나는 나를 더 사랑하기로 했다.
조울증이라서 나는 더 행복이 소중해졌다.
내가 용기를 내서 참 다행이다.
내가 나라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지금의 내 모습이 정말 나일까요?

혹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나를 한 번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진짜 나를 찾아보세요. 

진짜 나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내가 바라는 것을 숨기지 말아요.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내가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니에요.

나만이 나를 알아볼 수 있고, 나는 이루고 꿈꿀 수 있는 사람이에요.

다 괜찮아요. 나를 믿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