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랬다.
"네가 엄마 아빠 싫어했던 거도 네 병 때문이냐? 싫어하는 게 네 병이라는 거냐?"
할 말이 없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내 병 때문에 엄마 아빠를 부정했었나, 엄마 아빠를 부정하면서 내 병을 키웠나.
둘 다인 거 같지만.
병이라고? 병이면 다냐?
결국 엄마는 그 말을 내뱉고야 만다. 하지 말지. 그 말은 제발 하지 말지.
처음부터 나를 이해하지 못한 건 가족이었다.
나약한 나를 약해빠졌다고, 못난 나를 못됐다고 비난하던 가족이었다.
말로 하지 않았지만 나는 다 들을 수 있었다.
내가 토로해 놓는 이 글도 가족들에게는 의아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너를 아프게 했다고?
네가 그냥 혼자 그런 거잖아.
맞다.
나는 그냥 혼자 아팠다.
무너진 가정 안에서 무뎌진 가족들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게 나는 혼자 버거웠다.
그냥 우리 집이 그런가 보다 그렇게 인정하고 살 것이지 너는 뭘 그렇게 잘해서 불만이냐.
네가 싫으면 네가 떠날 것이지. 뭘 가족을 탓하냐.
이 글을 보고 우리 가족들은 무슨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할지.
이제 와 뭘 어쩌자고. 부끄럽지도 않냐.
안 봐도 보이는 것 같다.
안 들어도 들리는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위해 쓰는 걸까.
나는 이제와 정말 이해받고 싶은 걸까.
나는 왜 아직도 원가정 안에서 아파하고 있는 걸까.
"아프면 다냐?"
"그래. 본심이 나오네. 더해보시지."
누가 더 상처를 주나 대결을 한다. 누가 더 아팠나 시합을 한다.
모난 말들이 몇 번 더 오간다.
가득 담긴 붉은 와인이 뜨겁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눈물을 삼킨다.
나는 왜 이해받지 못할까.
아직도 이해받지 못할까.
아팠구나, 힘들었겠구나. 그 한 마디를 듣고 싶어서 나는 쓴다.
모두를 위한 글을 쓰겠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글을 쓰겠다 나는 다짐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이해받기 위해 글을 쓴다.
엄마 말처럼 이기적인 내가 이기적인 글을 쓴다.
"쓸 게 그거밖에 없냐?"
네... 나는 쓸게 이거밖에 없어요.
내 안에 털어내야 할 게 아직도 너무 많아서 먼저 좀 털어낼게요.
누가 안 봐도 돼요. 그냥 내가 보면 되고 엄마가 보면 돼요.
나는 나를 위해 글을 씁니다.
나는 나를 눌러 글을 씁니다.
아직도 아픈 나는 나를 짜내 글을 씁니다.
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나는 괜찮습니다.
단 한 사람에게 이해받을 수 있다면 나는 괜찮습니다.
오늘도 이기적인 나는 단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