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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살의나비 Oct 22. 2023

나는 언제 마흔이 됐을까?

남편이랑 술을 한잔 하며 다음 책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마흔. 어때?"

"음... 괜찮은데?"


나와 썩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길을 찾지 못해 헤매며, 채워지지 않고, 덜 익은 채로 어른이 되느라 버거웠던 시간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십 대에는 지독히 평범한 나에게 실망했고,
이십 대에는 성실하지 못한 나를 자책했으며,
삼십 대의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다.

분명 좋았던 시간들도 있었을 텐데, 나의 과거는 후회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게 나이만  쌓여갔다.


그래도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누군가의 부인,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그것이 더 익숙한 나이가 되었다.

나의 시간은 가족들로 채워졌다.

비워 있는 나를 가족들로 채울 수 있었다. 

가족들 덕분에 나는 깨어지지 않고 세상 앞에 놓일 수 있었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나는 공허히 텅 빈 채로 주저앉아 울고 있었을 것이다.

다행이다. 

사랑이 부족했던 나의 청춘으로는, 알맹이 없는 경험만 쌓여갔던 나의 지난 시절로는 누구에게나 비추는 어른의 후광을 나는 받지 못할 거라 짐작했었다.


허나 어설프지만 나는 엄마가 되고 부인이 되었다. 

그래서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스스로 어른이기를 부정하고 있었던 아닐까?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그랬다. 

나는 이런 마흔은 되고 싶지 않았고, 이렇게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마흔이 되면 단단할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빛날 줄 알았다.


나는 언제 마흔이 되었을까?

부정할 수 없다. 

마흔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단단하지 않은 채로, 빛나지 않는 채로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래도 담담히 나의 삶을 살아 가자.

마흔이 된 나를 축하하자.

살아오느라 애쓴 나를 위로하자.

잘해왔다고 칭찬하자.

나의 사십 대는 어떨까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맞이해 보자.

나의 마흔은 아직 지나지 않았고, 나는 살아가고 있다. 


자, 우리의 마흔을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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