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제목부터 누르고 본다.
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누른다.
다음 글이, 다음 문장에 무엇이 나올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저 손가락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눌러본다. 나는 아마추어다. 누구 말마따나 아무나 쓸 수 있는 에세이를 쓴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만들었다. 무료출판으로 나 스스로 편집까지 해서 POD책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뿌듯하고 기특하다. 글이라고는 SNS에 어쩌다 한 번씩 올려본 것이 다인 내가 진득하게 2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만들다니! 독수리 타자인 내가, 단축키 하나도 모르고,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내가 혼자 힘으로 책을 만들었다니! 나 스스로 칭찬해 주고 잘했다고 엉덩이 팡팡 두드려 줄 일이다.
언제나 나를 지지해 마지않는 남편은 이번에도 온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엄마도 신기해하셨다. 네가 책을 만들었다고?
주변 가까운 지인 몇몇에게도 알렸다.
와. 대단하다. 멋져!
늘 듣기 좋은 말이다. 고맙고 또 용기가 난다.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나는 멋있는 사람이구나!
하지만 책을 만들었다고, 글 쓰고 있다고 알릴 수 없는 몇몇이 있다.
그중 한 명은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동생 한 명이다. 아이들 나이가 같아서 어울리며 꽤 가까워졌는데 나는 그녀가 하는 말에 가끔 상처를 받는다.
그중 처음은 몇 년 전 일이다.
딸이 4살 때, 킥보드를 막 배우기 시작했다. 우리 딸은 조심성이 많은 편이라, 배우는 것이 꽤나 더뎠다. 그날도 더듬더듬 킥보드를 끌며 낑낑거리고 있는데, 그녀를 마주쳤다.
"아이고, 우리 딸은 3살 때도 그거보다 잘 탔는데."
농담처럼 던진 말에 나는 돌 맞은 듯 아팠다. 하지만 돌 던진 사람은 재미로 한 것이니 왜 돌을 던지냐고 화를 낼 수는 없는 일. 아, 그랬냐고 웃고 넘겼다.
몇 년 전 인터넷 영유아교육카페에 몬테소리교육 관련 동영상 강의를 촬영해 유료로 제공했었다.
그동안 몬테소리 홈스쿨 교사로 일하며 배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라 꽤 열정적으로 진심을 다해 노력했던 거 같다. 그러면서 부모교육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어떻게 하면 부모님들께 아이들 교육에 대해 효과적으로 올바른 방법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도 했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그녀를 만나 술을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그녀가 말한다.
"그런데, 언니가 뭐가 있는 건 아니잖아? 사실 언니가 오은영은 아니잖아?"
무심한 돌 하나가 또 날아온다. 어떻게 웃으며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질 수 있을까? 나는 그녀의 머릿속과 뱉어내는 입이 그저 놀랍다.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왔으면 저런 말을 면전에 대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싫어할까, 나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 표정이 어떻게 변하나 불안해하며 눈치 보며 살아왔다.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당당하고 거리낌 없이 만들었는지한편으론 부럽다.
나는 앞으로도 글을 쓰고 있다고, 책을 만들고 있고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그녀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언니, 요새 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언니가 되겠어? 언니가 정식 출판한 작가도 아니잖아? 무료 출판이면 그냥 만들면 되는 거 아냐? 아무나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녀에게 되돌아 올 답은 뻔하다.
돌 맞을 걸 뻔히 알고 그녀 앞에 설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녀 말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아직 정식 출판한 작가도 아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POD책을 하나 만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라고 정식 작가는 아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 안다. 나는 그다지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그저 쓰고 싶어서 쓸 뿐이고, 써야 할 말이 많아서 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은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렇게 될 것이다.
잘 쓰기 위해서는 계속 써야 한다는 걸 안다. 그리고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나를 보여주는 글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고 나를 돌아보고 나와 솔직한 대화를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쓸 수 있고 쓰고 싶은 글이다.
나를 쓰며,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고, 용서하고, 또 견뎌낼 힘을 얻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를 쓰고 그렇게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 있나요?
혹시 오늘 나를 괴롭히는 한 마디가 있었나요?
기억하지 말아요. 흘려버려요.
나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닐 거예요.
그냥 그 사람의 습관입니다.
그저 그를 안타깝게 여겨요.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넘겨요.
늘 그래왔듯이 담담히 나의 하루를 살아요.
그 정도 말에 아파할 만큼 내 삶이 가치 없지 않아요.
나는 이제껏 해왔듯이 나의 길을 가면 돼요.
아무도 내가 가는 길을 바꾸지 못합니다.
잘하고 있어요. 흔들리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