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일상을 공유하다

by 앵두

반복적으로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냐 묻는다면 나는 조금 뜸을 들였다가 '그렇다'라고 답할 것 같다. 인생을 되돌아볼 시기가 아직까지 고등학교가 마지노선인 점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소셜 미디어를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았었다. 정확히 짚어보자면 그것을 사용하는 빈도나 내가 올릴 콘텐츠들에 대해 말이다.


말 한마디가 몸의 구석 어딘가에 나도 모르게 남겨져있는 흉터처럼 전에도 언급했었던 특정 타인이 내게 '인스타충'이라고 아무 예고 없이 말한 날이 계속 생각나서인지, 내가 공유하고 싶은 순간들을 와장창 올려버리고 너무 많이 올리지는 않았나 자책하게 되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규림님(@kyurimkim)의 블로그 속 목요일의 글쓰기 코너에서 올리신 글에서는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올리는 건 내 자유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읽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계정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말이 참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사람을 요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 쉽게 움직이게 만드니까 말이다. 그래서 곁에 두는 사람들이 나에게 무시 못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잊을 때마다 몸소 실감하고는 한다.


내게 있어 소셜미디어를 하는 이유로는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내가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찍어 올리면 그 책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는 지인분들의 메시지를 받고 나누며 그렇게 시작된 몇 마디 대화들,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장면을 찍어 올리면 다음 시즌 나온 거 알고 있냐는 질문과 함께 근황을 묻는 메시지들 까지 나는 이런 사람과 사람 사이 속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소통을 너무나 즐기는 편이다. 이는 블로그에서 생김새도 모르는 분들의 따뜻한 안부글을 읽을 때에서도 본 때를 발한다. 누군가가 남겨 놓고 간 이야기를 듣는 것이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나의 마음에 불을 지펴서인지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져 흰 벽을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고민을 한다.


일상 속 쉽게 지나가는 가벼운 혹은 무거운 순간들 마다 종종 내가 떠올라 소식을 전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나는 하루를 기쁘게 시작할 힘을 얻는다는 것에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무엇이 되었든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느 곳에 가봤는지 연락을 받을 때마다 내가 누군가의 기억에 살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내가 짙어져 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너무나 기적 같은 일이다. 사람의 결이란 저마다 다 다르고 보통 맞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도 이렇게 많은 일들을 겪어도 여전히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으니 매우 신기할 따름이니 말이다.


나는 그래서 내 하루를 시작하고 보내고 또 끝마칠 때 좋은 에너지를 가져다줄 비타민처럼 사람들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 근래에 들어서는 뉴스레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나와 만나본 적 없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들에게 내 이야기를 공유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공간을 초월해 어딘가에 내 안부를 궁금해하는 존재가 있다는 그 믿음만큼은 서로에게 있어 든든한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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