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강승 님의 첫 번째 앨범 'In other words it's all made by Kyeongsuk'에 수록된 노래들을 전부 좋아한다. 영어 문법 책을 뒤적이는데 이 노래가 나오자마자 글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앨범에 대한 헌정글을 써볼까 한다. 자칫하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덕후의 마음이 가득한 곡 소개 글은 아니라고 먼저 단언하고자 한다. 그저 음악에 담긴 나만의 작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크기 때문에.
따뜻한 물에 몸을 가득 담그고 숨을 고르는 걸 좋아하는 나는 이사를 오기 전 내 십 대 시절을 통째로 함께했던 오래된 그러나 튼튼한 아파트 욕실에서 한가한 타이밍이 찾아오면 종종 목욕을 즐기고는 했었다. 몸이 나른하게 녹을 것 같은 그날의 물의 온도를 찾으면 수도꼭지를 더 이상 건들지 않는다. 그리고 엄마에게 부탁해서 일본에서 판매하는 온천욕 느낌이 폴폴 나는 가루형 입욕제를 한 포 뜯는다. 가루를 사르르 욕조에 부어 팔로 휘적거리면 잔잔한 향이 올라왔을 때의 행복감이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몸의 긴장을 한순간에 풀어버린다.
영국 친구가 선물해준 하얀색 장미 입욕제, 다이소에서 팔길래 홧김에 도전해본 레몬 솔트 입욕제, 하다 하다 베이킹소다로 셀프로 입욕제까지 만들어봤다. 왜 노래 이야기를 하다 목욕 이야기를 한다면, 지금 이 목욕 시간을 가장 노곤하게 만들어 주는 게 바로 저 앨범의 노래들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 재생을 켜 둔 채 트리트먼트를 머리에 잔뜩 바르고 아뜨뜨- 욕조에 들어간다.
어깨까지 물을 담그고 눈을 가만히 감으면 피로가 서서히 없던 것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단조롭게 느껴지지만 담백한 것은 분명한 목소리와 귀를 찌르지 않는 기타의 작은 움직임이 그 작은 공간을 편안히 감싸기 시작한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딱 지금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최고의 소리들만 차곡차곡 모아놓은 소중한 앨범이다.
어느 정도 피곤한 것이 풀렸다 싶으면 타일의 줄눈에 멍을 때리며 불현듯 찾아오는 생각들에 답을 하기도 하고 뜬구름 같은 상황들을 상상해본다. 마음에 먹구름이 가득할 때는 그저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을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몸의 긴장을 조금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것에 톡톡한 역할을 한다. 가만히 있다 노래의 가사를 곱씹어보니 따뜻한 의미를 알아차리고 올라간 입꼬리를 의식하는 건 또 다른 이 시간의 재미이기도 하다.
현재는 이사한 집에 욕조가 없어 목욕은 영 하기 힘든 하루의 마무리가 되어 버렸다. 매우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노래에 담긴 무수한 날들의 기억이 있으니 괜찮다 - 고 말하고 싶지만 노래를 틀자마자 쉴 새 없이 터지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하다. 오늘의 집에서 간이 욕조라도 찾아봐야 하나.. 온천여행이 무지막지하게 가고 싶은 밤이다. 욕조가 있는 집에 살고 있다면 나는 그대가 너무 정말 너무나 부러우니 한 번쯤은 목욕의 시간을 가져보길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아 그전에 냉장고에 캔맥주 넣어 놓는 거 까먹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