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과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데는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쉽게 말하면 무엇이든 너무 많이 접하면 이내 내가 느낄 수 있는 흥미가 차츰 없어진다는 것인데, 처음에는 그것이 가진 모든 것들이 좋아 보여도 나중으로 갈수록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온 감각이 겨울잠을 자러 주인도 모르게 자리를 떠날 채비를 한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몇 달에 한 번 도시에 가는 날이 오면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제품들에 두 눈을 반짝이며 놀이공원 속 어트랙션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신나게 대형마트를 활보하고 다녔다.
그때의 심정은 뭐랄까, 시골이라는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의 특성상 별일 아니듯이 아침에 잠깐 대형마트를 들리거나 차 막히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아도 마음 놓고 숱한 광고에서 보았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저녁밥을 먹는 사람들을 향한 부러움이 가득했다. 정말이지 그때는 왜 나는 누군가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상을 꼭 잡아야 하는 그날만의 절호의 기회처럼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건지 많이도 억울해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멍하니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며 차창 밖으로 커다란 2 마트 건물을 보며 속으로 외쳤었다. 다음에 꼭 또 오겠다고. 생각해보면 정말로 놀이공원을 갔던 것보다 부모님이랑 동생들과 대형마트를 구경 갔던 날을 더 기다리곤 했었다.
이후 대형마트의 아쉬움에 익숙해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를 거듭하며 동네에 다양한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생기면서 나도 도시 사람들의 일상처럼 도시에서의 경험을 조금씩 맛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데, 이내 나도 언제나 그 자리에 들릴 수 있는 가게들이 있으니 더욱 윤택 해진 일상을 누리면서 정말로 처음에 호들갑을 떨며 신기했던 반응을 시작으로 시간이 지나니 당연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게 되었다. 그래서 지구 젤리가 한참 유행으로 너도나도 사 먹었을 때도 언젠가는 먹겠지 - 라는 생각에 유행이니 꼭 사 먹어보자는 마음은 가차 없이 흘려보냈고 그렇게 동생이 어느 날 쥐어준 지구 젤리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을 때 입안에 말랑거리는 달콤함은 조급해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작은 행복을 전해주었다.
그래서 경험의 유통기한을 몸소 깨달은 이후로 차근차근 경험의 폭을 넓히고자 이름 모를 누군가가 정해놓은 ‘이건 꼭 해야 한다!’라는 일종의 버킷 리스트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유행이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않는 나의 선택과 취향을 가장 기본적인 기반으로 두고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는 최고의 방법으로 탄생한다. 누구의 잣대가 들어선다 하여도 단단한 이 마음은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내가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를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경험을 언제 했는지 남는 그 시간보다 내가 그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만 잊어버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