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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Apr 04. 2023

제주 갱이 몽돌이

2. 왕갈비

"이 자식 봐라. 맹랑한 녀석일세'"

몽돌이의 목덜미를 쥐고 흔들던 갈빗집 주인은 어이없다는 듯 몽돌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몽돌이의 네 다리는 허공에서 더 세게 움직였다. 그러나 갈빗집 주인은 손님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갑자기 목소리를 부드럽게 내며 말했다.

 "어이구, 이 귀여운 것 같으니라고! 그렇게 배가 고팠던 거니? 알았다. 알았어. 아저씨가 맛난 것 좀 줘야겠다"

  갈빗집 주인은 사람 좋은 미소까지 지으며 몽돌이를 안은 채 뒷문으로 사라졌다.

  몽돌이는 자신이 잡혔다는 생각에 겁이 났고 몸이 떨렸다. 몽돌이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찼고, 목에서는 거위가 꽥꽥대는 것처럼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갈빗집 주인의 커다란 손아귀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뒷문으로 몽돌이를 데려가 갈빗집 주인은 문이 닫히자, 두 손으로 몽돌이의 몸뚱이를 잡고 뒤흔들었다.

 "어라, 요 자식, 어디를 도망가려고 해? 가뜩이나 장사도 안 돼서 짜증 나 죽겠는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새끼 한 마리가..."

 갈빗집 아저씨는 몽돌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퍼부으면서, 화가 잔뜩 난 얼굴을 몽돌에게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몽돌이 목에 끈을 묶어서 수도꼭지에 매어놓고는 다시 뒷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깜깜한 창고 안에 갇히게 된 몽돌이는 배고픔과 두려움 속에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워워워~ 무서워요. 배도 고프고요. 그러니 제발 나를 풀어 주세요."

 몽돌이는 계속해서 짖었고, 얼마 있다가 갈빗집 주인은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들어 왔다.

 "조용히 못해? 이 넘의 개새끼가 장사 다 망치기로 작정했군."

 갈빗집 주인은 아까보다 더 무서운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몽둥이를 내저었다. 구석으로 몸을 피한 몽돌이를 향해 몸을 움직이던 갈빗집 주인은 멈칫했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휴대 전화기를 꺼냈다.

 "아냐, 아냐! 널 혼내려는 게 아니야. 음, 널 때리려는 게 아냐! 자 아저씨 말을 잘 들으면 살코기가 잔뜩 붙은 은 왕갈비를 주마."

 갈빗집 주인은 몽돌이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사진을 찍어대었다. 그러고는 다시 나가버렸다.

 "갈비는요? 왕갈비 말이에요. 네? 약속했잖아요."

 몽돌이의 슬픈 울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한동안 끊이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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