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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Apr 12. 2023

제주 갱이 몽돌이

7.  내 이름은 꺼미

 "꺼미야, 일어나 봐~"

뭔지 모를 소리에 눈을 뜬 검은 강아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꼬마애를 보며 하품을 했다. 왠지 긴장도 되고 어색한 시간이었지만, 꼬리를 흔들며 일어났다.

 "내 이름은 건이야. 그리고 넌 꺼미야. 검은 강아지니까 꺼미! 어때? 마음에 들어?"

 건이는 검은 강아지, 아니 꺼미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난 네가 마음에 드는데? 넌? 난 원래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거든. 그런데 네가 이렇게 나타난 거야. 소원을 들어주신 것 같아."

 "건이야. 엄마는 아직 이 꺼미인지 껌인지를 집에서 기를 수 있다고 하진 않았어! 주인이 있는 강아지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러니까 너무 가까이 데리고 있지 말고, 학교 갈 준비나 해."

 아줌마는 갑자기 나타난 강아지를 너무나 예뻐하는 건이를 보자, 좀 걱정이 되었다. 엄마는 곧 건이 동생을 낳으러 병원에도 가야 하고, 산후조리도 해야 하고, 건이도 돌봐야 하는데, 검은 강아지까지 나타났으니......

 "엄마, 나 꺼미 키우고 싶어요. 너무 귀엽잖아요. 검은 털이 부드럽고 포근해요."

"어휴, 하여튼 학교 갈 준비나 해.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어쩌면 이 집에서 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검은 강아지에게 생겼다. 주인 할아버지도 걱정이 되고, 주인 할머니도 궁금하고, 엄마도 보고 싶었지만, 당장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길을 찾을 때까지는 건이네서 있고 싶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무섭고 배 고프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검은 강아지, 아니 꺼미로 살고 싶어졌다......

 "어머, 얘 좀 봐? 저 꼬리 흔드는 게 헬러콥터 같지 않아? 호호호 어머 더 세게 돌리네? 요 귀염둥이!"

아줌마는 꺼미 꼬리를 보고 마구 웃었고, 건이도 덩달아 뛰면서 두두두~ 헬리콥터 소리를 내었다. 꺼미는 늦을세라 더 힘차게 꼬리를 돌리고, 또 돌렸다...

 아줌마는 꺼미와 건이를 차에 태우고 시내로 갔다. 시내에 있는 학교에 꺼미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건이를 내려주고, 마트에 가서 꺼미 밥을 샀다. 아줌마는 집으로 돌아와 건이가 아기 때 썼던 그릇에 꺼미밥을 담아 주었다.

아줌마는 급하게 밥을 먹고 있는 꺼미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에휴, 도대체 넌 어디서 온 거야? 말 좀 해봐라. 답답해 죽겠네."

아줌마는 꺼미 머리를 만지면서 여러 번 그 말을 되풀이 했다.

 "그래, 진짜 난 어디서 온 걸까?'

 아무리 코를 벌름거리면서 냄새를 맡아보고, 길을 찾아볼까 해서 이리저리 마당을 왔다 갔다 했지만, 꺼미는 대문 밖을 나갈 용기가 생기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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