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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Apr 11. 2023

제주 갱이 몽돌이

6.  찐 고구마

 곧 어두워졌고 찬 기운이 맴돌았다. 검은 강아지는 울음을 멈추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 자신이 와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멀리 와있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까 전에 맡았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주인 할머니 부엌에서 흘러나오던 그 냄새, 바로 밥 짓는 냄새였다. 그제야 검은 강아지는 하루종일  자신이 아무것도 안 먹었다는 것을...... 밥 짓는 냄새를 맡자, 검은 강아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냄새가 나는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저만치 나무대문이 보였다. 초록지붕의 작은 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검은 강아지는 가까운 곳에서 밥 냄새를 맡으니 더 배가 고파졌다. 미친 듯이 그 집으로 달려간 검은 강아지는 문 앞을 어슬렁대다가 나무문 밑으로 슬그머니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밥 냄새가 나는 쪽으로 뛰어갔다.

 "어머나, 얘는 누구야?"

  검은 강아지를 본 아줌마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너 어떻게 들어온 거니? 별일이네."

그때 방에서 꼬마애가 나오더니 검은 강아지를 보았다.

 "엄마, 이 강아지는 어디서 왔어요?"

"그러게 말이다. 아휴 까맣고 못 생긴 새끼네?"

검은 강아지는 밥이라도 얻어먹을 생각에 계속해서 꼬리를 움직이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머, 너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아줌마는 검은 강아지의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찐 고구마를 잘라서 검은 강아지에게 던져주었다. 꿀맛 같던 고구마, 한 입을 먹고 나자 더욱 배가 고파진 검은 강아지는 더욱 꼬리를 흔들면서 앞발을 내저었다.

 "호호호 얘 어리광 부리는 것 봐?"

 "엄마, 꺼미가 배가 많이 고팠나 봐요."

 "꺼미라니, 너 이름도 지은 거야?"

 "검으니까 꺼미, 어때요? 헤헤"

아줌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찐 고구마를 검은 강아지에게 주고 있는 꼬마애를 쳐다보았다. 검은 강아지는 앞발을 더 귀엽게 내저으면서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것처럼 꼬리를 돌렸다. 그 모습에 아줌마와 꼬마얘는 웃음을 터뜨렸고, 찐 고구마를 던져 주었다.

 밖은 컴컴해졌고 부엌 안은 따뜻했다... 검은 강아지는 잠이 오기 시작했다.

 "얘 좀 봐? 고구마를 먹다가 잠이 들었네?"

 아줌마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아늑하게 들려왔다.

 '이 집이 내 집이면 좋겠어...'

잠결이었지만 검은 강아지는 그런 생각이 슬며시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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