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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Apr 10. 2023

제주 갱이 몽돌이

5. 낯선 시간

 풀밭에 내동댕이쳐진 검은 강아지는 푹신한 털 때문인지 아픈 곳 하나 없이 일어났다.  큰 트럭 한 대가 바퀴에서 먼지를 내며 멈춰 서있었다. 할아버지의 자전거는 몽돌이가 떨어진 풀밭 반대쪽으로 찌그러진 채 나동그라져 있었고, 할아버지는 도로에 비에 젖은 나뭇잎처럼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검은 강아지는 몸이 덜덜 떨렸고, 오줌을 찔끔거렸다. 할아버지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왱왱하는 소리가 들렸고 하얀 차가 와서 할아버지를 싣고 떠나 버렸다. 트럭에서 내린 아저씨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조금 있다가 다른 차가 와서는 아저씨를 태우고 떠나 버렸다.

 더 이상 개나리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진한 풀 냄새도 나지 않았고,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 검은 강아지는 그냥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 집으로 가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마냥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았던 날씨가 흐려지더니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강아지의 몸이 젖기 시작했고, 발바닥은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끝내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봄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검은 강아지의 몸은 완전하게 젖어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서 멈추고 났을 때야 검은 강아지는 생각했다.

 '어, 비가 그쳤네? 여긴 어디지?'

 전에 맡지 못했던 냄새가 났고, 못 보던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낯선 곳을 바라보던 검은 강아지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엄마, 나 좀 찾아줘요.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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