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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Apr 19. 2023

제주 갱이 몽돌이

10. 트럭 안에서

너무도 급작스러운 일이라서 꺼미는 와들와들 떨기만 할 뿐,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였다. 꺼미를 실은 트럭은 시골길을 빠르게 달렸다. 제철이었던 수국도 시들어서 큰 머리를 수그리고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카시아 꽃의 향기도 많이 사라지고, 잔잔한 메리골드가 길가를 수놓고 있었다.

 멍하니 뜰장 밖을 바라보고 있던 꺼미의 눈에서는 눈물방울이 한 개 두 개 떨어지다가 또르륵 또르륵 계속해서 나오기 시작했다.

 "건이야, 어디 있니? 집 밖으로 나오면 널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흑흑"

꺼미의 울부짖음은 트럭 소리에 깔려서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울어 봤자 소용없어. 아무도 널 구하러 오진 않을 테니까."

 위에 뜰장에서 누렁이가 말했다. 꺼미는 눈물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네? 누구세요?"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건 우리 같은 에게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과 비슷해."

누렁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혹시라도 주인이 널 찾으러 올 거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때려치우라고!"

"건이는 내가 붙잡혀간 걸 알면, 분명히 데리러 올 거예요. 건이네 아줌마, 아저씨도......"

"그런 소리는 해봤자 소용없는 얘기야. 우리는 곧 개들이 엄청 많은 곳으로 가게 될 거야. 그리고 열심히 사료로 살을 찌우고...... 여름이 되면 음식이 되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음식이 된다니요?"

 "아, 뭐 미리 알아봤자 기분 좋을 것도 아니고...... 알았다. 그냥 잠이나 자두렴. 농장에 가게 되면 냄새나고 시끄러워서 잠도 자기 힘들 테니까!"

 알쏭달쏭한 이야기만 남긴 채 누렁이는 몸을 틀고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자 꺼미는 더 겁이 났고 답답해졌다. 좁은 뜰창을 왔다 갔다 몇 백 번을 움직이며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먼지 나는 비포장 도로로 접어든 트럭은 더 크게 흔들릴 뿐이었다. 멀미가 난 꺼미는 점점 정신이 흐릿해졌다.

  그 사이 차가 멈추었고 할아버지는 뜰창으로 와서 꺼미를 보며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좀 더 살을 찌어야겠어. 이런 상태로는 곤란하지. 암만~ 곤란해. 저 누렁이 정도는  돼야 바로 팔아버릴 수가 있지. 흐흐흐~"

 갑자기 위에서 물 같은 것이 떨어졌다. 그것은 누렁이의 오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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