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은 오늘도 주인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창 밖을 바라봤다. 비가 내리고 있는 거리를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가게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이 흐르는 빗물을 비추고 있었다...
꺼미에서 라울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지도 벌써 삼 년이 되었다. 오피스텔 앞에서 떨고 있던 꺼미를 품에 안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 영석이 형이 아니었다면, 아마 차에 치었거나, 또 누군가에게 끌려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만 하면 라울이는 영석이 형이 고맙기만 했다. 영석이 형은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좁은 집이지만 영식이 형은 기꺼이 라울이를 받아들여줬고, 가족이 되어줬다. 영석이 형은 라울이를 돌봐주면서 웃음을 얻었고, 라울이는 안정을 느꼈다. 영석이 형에게 배운 '빵!', '브이' , '코' 등등의 개인기는 꽤 인기가 많아서, 라울이는 여러 사람에게 간식을 얻어먹곤 했다.
하지만 영석이 형은 늘 바빴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는 영석이 형을 기다리는 것이 라울의 하루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루종일 해야 했던 영석이 형은 늘 시간이 부족했다. 라울이는 현관 앞에서 영석이 형을 기다리며 잠을 자곤 했다. 그런 라울을 보며 영석이 형은 늘 미안해했다. 하지만 라울이는 가끔 쉬는 날에는 산책을 데리고 나가서 공원 벤치에서 졸고 있는 영석이 형을 보는 것이 더 미안했다......
어느 날 멋진 옷을 차려입은 영석이 형은 라울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라울! 형이 취업만 하면 좀 넓은 집으로 갈 수 있어. 우리 공원 근처로 이사 가서 산책도 자주 하자. 알았지?"
라울이는 펄쩍펄쩍 뛰며 영석이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영석이 형은 라울이를 힘차게 안아주었다. 라울이는 영석이 형 얼굴을 마구 핥아주었다......
그날 저녁 늦게 들어온 영석이 형의 눈은 벌겋게 보였고 어깨가 축 쳐진 것이 매우 지쳐 보였다. 침대에 풀썩 누워버린 영석이 형 눈에서 또르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라울이는 영석이 형의 눈망울을 혀로 핥아주었다, 그러자 영석이 형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울던 영석이 형은 어느새 잠들었고, 라울이는 평상시처럼 침대 구석에 똬리를 틀었지만 영 잠이 오지를 않았다.
몇 년 만에 찾아온 불안한 마음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서 잠을 잘 수 없었던 라울이는 눈만 감고 누워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