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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선물 히마리와 사주명리

인연 따라,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인생

by 리안천인

오랜만에 종로통에서 입사 동기생을 만나기로 했다.

앞의 미팅이 예정보다 조금 빨리 끝나 어떻게 할까 하고 있는데 마침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금 일찍 만나서 함께 한 군데 들렀다가 저녁을 먹어도 될까?”

오늘은 일정이 끝나 한가하니 문제가 없다. 종로 낙원악기상가 앞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가고자 하는 곳은 철학관이었는데, 의사결정을 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어서 참고로 말씀을 듣고 싶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사주, 관상을 보고 직원을 채용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은 있지만, 경영학 석사이면서, 일찍 독립하여 잘 나가는 중소기업 경영자인 친구인데 의외다 싶다.


본래 선대인先大人께서 명리학에 아주 능하셨던 분인데, 오늘 사주를 봐주실 아드님도 철학박사이고, 공부도 많이 하셔서 사주명리 해석을 잘하신다고 한다. 오랜 전에 재미로 사주에 관한 책을 읽다가 생각보다 내용이 복잡하고 많아 다 읽지 못하고 중단했던 적이 있다. 사주명리를 믿고 믿지 않고 와는 별개로, '깊이 공부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명리학'이라고 결론지었던 기억이 난다.


며칠을 바쁘게 다녀 피곤했던지 철학관에서 잡지를 읽으며 기다리니 편안해서 좋다. 어느덧 상담을 마친 친구가, "예약이 쉽지 않은 분인데, 마침 지금 시간이 되신다고 하니 온 김에 말씀 한 번 들어보면 어떻겠냐"라고 권한다. 반 재미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뭘 물어보지? 갑작스런 일이라 문득 히마리에 대해서 여쭤보기로 했다.


"이 사주는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년시절에는 공주처럼 대우받으며 보내고요, 적극적이고 생활력이 강해서 어디서든 쉽게 적응하고 성격이 원만하여 친구가 많습니다."

그리고, 히마리의 초년시절, 20대 초반, 중후반, 30대까지에 대해 꽤 상세하게 말씀해 주신다.


"그런데, 어떤 것을 더 깊게 봐 드리면 될까요?"

"사주가 아주 좋군요. 글쎄요, 갑작스런 일이라 뭘 더 여쭤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아이와 조금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아서 여쭤본 겁니다."

"그럼, 天仁선생 사주도 줘 보세요. 함께 한 번 보지요. “

얼떨결에 사주를 알려드렸다.


"天仁은 빠진 오행五行이 없는 사주를 가졌네요. 사주 여덟 글자 중에 목, 화, 토, 금, 수의 오행五行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을 오행구족五行具足이라 하는데, 평생의 복덕福德을 타고났다고 합니다. 또, 필요할 때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복록福祿이 있다고도 하지요. 天仁께는 부족하더라도 재력財力, 인복人福들도 필요할 때면 채워진다는 뜻이지요" 라며 天仁의 지난 병력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래도 성과에 대해서는 늘 아쉽지요. “

"天仁님은 학교에 계신가요? "

"아닙니다. 중등학교에서 가르칠 자격은 있는데, 기업에서 일했습니다.'

"교수나 군인을 했더라도 좋았을 겁니다. 기업에 근무한다면, 바다 건너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따뜻한 나라와의 비즈니스가 잘 맞습니다."


처음 히마리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하시길래 "뭐야, '바넘 효과Barnum effect (*주. 1)' 아냐?"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런데, 天仁에 대해서 지난 20대의 교통사고, 건강문제에 대해 그 시기까지 맞추시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天仁이 따뜻한 나라와 잘 맞는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 많은 따뜻한 나라 가운데서 지금도 비즈니스를 하고 있거나 십여 차례 이상씩 출장을 다녀온 나라들만 콕 집어내지?. 따뜻한 나라라면 요즘 뜨고 있는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다른 나라도 많은데. 신기神氣가 있으신가? 사주로 이런 구체적인 해석이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그래서 앞으로의 질문도 해 보았다.

"지금 일본에 살고 있는데, 언젠가는 들어와야 할 텐데요?"

"뭐 하러 들어오려고요. 일본에 살면서 일하고, 한 번씩 다녀가시면 되지요."


기가 막히는 말씀이다. 그러면서 히마리와의 궁합도 한 번 보자고 하신다. 한 참을 이것저것 찾아보고 맞춰보시더니 입을 열었다.


"아주 좋은 궁합이네요. 점수로 따지면 백점에 가까운, 아주 좋은 관계예요."

"궁합은 부부간의 합을 맞춰보는 것 아닌가요? “

"궁합이 꼭 부부간의 관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궁합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용을 보는 것입니다. 궁합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기도 하지만, 참고로 하시면 됩니다. 궁합은 음양오행 생극제화가 기본 논리이고 원리입니다. 오행의 상관, 즉 일간, 일지가 생 인지 충 인지를 보고, 서로 부족한 오행을 채워주는지를 먼저 봅니다. 단점, 약점,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운인 용신用神, 서로 만나면 문제를 일으키는 원진살元嗔煞 등 좋지 않은 살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판단합니다."

조금은 어이없어하는 天仁에게 선생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두 사람은 함께 하다 보면 서로에게 맞추고 동화되어 아주 좋게 승화되는 관계입니다. 특히,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서로 도움을 줍니다."

아직 어린 히마리와 서로 의지하며 도움을 준다니 묘한 기분도 들지만, 지나온 2년을 되돌아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게 온 소중한 선물, 히마리와 관계가 좋다고 하니 기분은 좋다.


말씀을 듣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天仁이 히마리와 인연이 어디까지 일지를 궁금해하는 것을 느끼신 것일까, 일어서는 天仁에게 한 말씀을 더 해 주신다.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인사를 하고 철학관을 나왔다. 예약해 둔 남도 음식점으로 가기 위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익선동 한옥골목으로 들어섰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들, 젊은 연인들이 스쳐 지나간다. 오랜만에 들른 익선동, 종로통은 예쁜 가게들이 많이 들어서서 더 아기자기 해졌다. 옛 것과 새로운 것이 만나 조화를 잘 이루기에 天仁은 이 골목을 좋아한다.


히마리와 그런 인연이 있었던가? 그래서 서로 죽이 잘 맞는가? 아무튼 히마리는 자주 보고 싶기도 하고, 또 만나면 좋다. 영화 러브 어페어Love Affair의 지니 숙모님 대사가 떠오른다.


"인생은 소유가 전부가 아니라 계속 그것을 원하느냐야."


사주가 좋아도 수많은 변수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도 있고, 운명은 알 수 없고 정해지지도 않은 것이다.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정확하게 알 수 있겠는가. 너무 과한 인연이 아닌가라고도 한다. 헤어질 때 어떻게 하겠느냐고도 한다. 미리 헤어질 것을 걱정한다면 어떻게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사람이든 사물이든 내 품 안에, 내 손안에 영원히 머무는 것 또한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되지. 인연 따라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 아니던가.


주)

1. 바넘 효과Barnum effect :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도 한다. 어떤 것이 일반적이고 모호해서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인데도 마치 자기 자신이나, 특정한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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