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으로 야미바이토, 불법성매매가 증가하는 일본
아침에 TV를 켜두면 매일같이 살인, 강도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치안이 비교적 안전한 일본인데 매우 특이한 일이다. 사실 TV 아침 뉴스는 거의 보지 않는다. 지상파 TV의 아침 뉴스에는 전날 있었던 각종 사건 사고와 연예계 소식 등 “아침부터 왜 내가 저런 정보를 알아야 하지?”하는 의문이 드는 뉴스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준비하는 아침에 TV를 켜두는 이유는 날씨나 국제정세, 경제 동향 등 큰 흐름을 알기 위해서다. 그런데, 요즘 아침 뉴스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소식이 많다. 최근 도쿄와 인근 사이타마현 등 수도권 일원에서 연쇄 가택침입 살인, 강도 사건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야미바이토(闇バイト)', 일본에서 생계형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야미바이토(闇バイト)'란 몇 년 전에 생겨난 신조어다. '어둠을 뜻하는 야미(闇, やみ)'와 '아르바이트(arbeit)를 뜻하는 바이토(バイト)가 합쳐진 말'로 우리말로는 '불법 알바'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야미바이토는 인스타그램, X(트위터), 블로그 등의 SNS를 통해 행동원을 모집하여, 망보기, 가택침입, 장물 운반 등 단계별 역할을 SNS로 지시하고, 일이 끝나면 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일본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이후 야미바이토로 강도 사건에 관여했다가 붙잡힌 인원이 50명 정도인데, 그중 80%가 10~20대로 대부분이며, 야미바이토 참가 이유를 곤궁한 생활이나 용돈, 빚 때문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범인이 된 이들은 대부분 광고 문구에 속아서 범죄행위에 가담한다고 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엉터리 같은 광고임을 알 수가 있는데도 당장 눈앞의 편한 이익만 좇다 보니 속게 되는 모양이다. 해야 될 일이 '서류 전달, 송영 등의 단순한 일을 해 주면 '고액의 보수를 준다', '리스크 없이 돈을 벌 수 있다'는 등의 광고 문구에 속는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주 요코하마시(横浜市)에서 강도 살인 사건으로 체포된 타카라다 마츠키(宝田 真月) 용의자(22)는 외모가 아주 순해 보이는 젊은이였다. "야미바이토인줄 모르고 응모했습니다. 이미 개인 정보를 모두 가르쳐 준 뒤라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살인강도 지시를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진술한다. TV를 보던 天仁도 깜짝 놀랐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일본 여성들의 성매매 소식도 안타까운 뉴스 중의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도쿄 신오쿠보공원 주변 길거리에 서서 오가는 남성들과 흥정을 한 뒤 몸을 파는 여성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엔저를 배경으로 해외 원정 성매매까지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일본이 중국인 등 외국인들의 섹스 관광지가 됐다며 엔화 약세와 빈곤층 증가 등을 원인이라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젊은이들의 생활이 힘들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지난 3월 일본 후생노동성은 5인 이상 업체 노동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전년 같은 달보다 0.6% 증가한 30만 1천193엔(약 265원)이었으나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2.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4개월 연속 실질임금이 감소했다는 것이니 2년 동안 살기가 점점 팍팍해졌다는 뜻이다. 이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 발생으로 경기가 침체한 2007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23개월을 뛰어넘어 1991년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라고 한다. 실질임금이 감소한 이유는 임금 상승이 물가 급등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트의 식료품 가격부터 지하철, 시내버스 요금까지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여러 부분에서 일본의 물가가 많이 올랐음을 피부로 느낀다. 지난 10월의 소비자 물가지수(消費者 物價指數, consumer price index, CPI)는 109.5(전년 동월대비 +2.3%)였다. CPI는 2020년을 100으로 기준으로 하니 최근 4년간 물가가 9.5% 올랐다는 의미다. 세부 내용을 읽어 보니 특히, 식료품(120.4), 광열·수도비(111.1)가 종합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현장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실제 물가는 이 자료보다 더 많이 올랐다. 天仁이 살고 있는 동네의 도부(東部) 시내버스 요금은 21엔에서 230엔으로, 매일 마시는 900㎖ 우유는 198엔(한화 약 1,800원) 라던 것이 258엔(한화 약 2,400원)으로, 88엔 하던 2ℓ 생수는 110엔이 되었다. 기후 요인이 가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98 엔하던 쪽파는 198엔으로, 110엔이던 부추는 190엔으로 가격이 거의 두 배가 되었다고 아내는 하소연이다. 이러니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2인 이상 세대의 엥겔계수가 28.0%로, 연평균으로 비교했을 때 1982년 이후 가장 높다는 자료도 이해가 된다. 최근의 흉악 범죄 증가가 물가 상승, 높은 엥겔계수와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변동이 없기로 유명했던 일본의 물가는 갑자기 왜 이리도 많이 올랐을까? 원론적으로 물가는 수급밸런스에 의해 정해진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기업은 가격을 인상하여 수급 균형을 조정하려고 한다. 일본은행은 최근 1년간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단기 예측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이 실적이 좋아졌다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가 증가하면 기업은 가격을 인상해도 매출이 유지되기 때문에 가격을 상승시킨다. 물가가 오른 것이 이해는 된다.
원재료비도 물가 상승의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일본은행의 '수입 물가 지수('24년 9월 속보)를 보면 '20년의 평균과 비교했을 때 '21년~'24년의 수입 물가 지수는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아래 그래프 참조). 원유나 곡물 등 수입하는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은 비용 증가를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게 되니 결과적으로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
수입물가 상승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먼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두 나라 모두 밀, 보리, 옥수수 등의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전쟁으로 양국의 곡물 생산과 수출이 크게 감소하자 곡물의 국제 가격이 급등했다. 이 영향은 빵이나 면류 등의 곡물을 원료로 하는 식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곡물은 가축의 사료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고기와 유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이 전쟁은 에너지 가격도 끌어올렸다. 러시아는 세계 유수의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국이기도 하다. 경제 제재의 영향으로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져 원유와 천연가스의 국제 가격이 급등했다. 그 결과 휘발유, 전기, 난방비 등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의 생산 비용도 상승하여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에 전가된다.
엔화 약세도 일본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의 하나다. '20년 12월 달러당 103.24엔이었던 환율은 올해 6월 160.86엔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50엔 대로 거래되고 있다. 단순한 계산으로 '20년 12월에는 103.24엔을 주면 수입할 수 있었던 상품을 지금은 150엔을 지불해야만 수입할 수 있다. 엔화 약세로 수입원자재 가격이 거의 50% 인상된 것이다.
임금상승도 물가를 올린 원인 중의 하나로 보인다. 후생 노동성 통계조사 발표에 따르면 '24년 8월의 현금 급여 총액(명목)은 전년동월비 3.0% 증가해 32개월 연속 플러스가 되었다.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서비스나 상품 가격에 반영되어 물가가 상승한다.
물류비용 증가도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좁고 긴 나라 섬나라 일본은 철도, 항공, 해운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이 있지만 그 중 트럭의 운송 비율이 92%로 가장 높다. 그런데, 올해 4월부터 트럭 운전자의 시간 외 노동 근무를 연간 960시간, 월 80시간으로 규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시행했다. 이른바 일본의 물류 2024년 문제다. 물류 업체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한 명이 운반하던 구간에 운전자를 2 명 배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의 문제가 생겼다. 급기야 택배업체들이 택배 기본요금을 7% 이상 인상하였고, 니치레이푸드 등 냉동식품업체 들로 상승된 물류비용을 상품가격에 전가하여 상품 가격을 3~16% 인상했다. 결국 물류비 상승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0년에는 2015년 대비 35%의 운전기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天仁은 개선된 물류 효율화 방안이 점차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품제조사와 도매업체가 연계하여 운송효율화에 도전하고 있고, 물류업체들도 디지털화, 연계 협력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야미바이토 증가는 1인 가구 증가와 디지털화로 전통적인 가족 해체도 원인일 수 있겠지만, 공원의 성매매 뉴스와 함께 고물가 시대 살기 팍팍해진 일본 사회의 어두운 결과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세계적인 투자자 짐 소로스(Jim Rogers)의 경고가 다시 떠오른다. 그는 ‘일본에의 경고: 미·중·한반도 격변으로부터 사람과 돈의 움직임을 읽다’는 저서와 강연에서 “가계부채,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일본은 올림픽 이후로 쇠퇴하며, 30년 후에는 범죄 대국이 될 것이다. 50년 후에는 일본 정부에 대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을 -0.6%, 2025년은 1.4%로 플러스를 전망한다. 일본은행은 내년도 일본의 물가 상승률을 2.5%로 전망하고 있다. 과연 일본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天仁의 관련 참고글
46년 만의 고물가 일본, 서민들이 살아가는 법('23.5.15)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살기가 좋은 것일까?('2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