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이나 직장이 바뀐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이 바로 저랍니다!
어쩌다 보니 여러 회사를 거치게 됐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회사는 무려 일곱 번째 회사다. 연차가 높지 않은 초짜 직장인인 주제에 다녀간 회사 목록이 심히 다양하다. 다소 웃기고 슬픈 일이다.
7개의 회사명이 주르륵 나열된 경력란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올해부터는 여러 사이트에 올려두었던 내 이력서를 전부 비공개로 바꿨다. 누군가가 내 지난 5년간의 행보를 보고 ‘요즘 애들’ 스럽다고 말할 것 같았다. 더불어 얘 참 인내심 없다고 평가를 내릴 것도 같았다. 요즘 애들처럼 군 건 맞아 전자의 말을 듣는 건 상관없지만, 후자의 평가는 듣기 싫었다. 그건 좀 분했다.
나도 웬만하면 한 회사에 진득하게 머무르고 싶었다. 백년해로하듯 장기근속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의 풍파가 나를 가만두지를 않았다. 지금껏 겪어본 6번의 퇴사에는 자발적인 퇴사만이 들어 있지 않다. 정규직 전환 실패로 인한 퇴사, 연이은 철야 작업으로 도피하듯 선택한 퇴사 등 다양한 유형과 사정이 있으시겠다.
그래서 대학 졸업 전후의 일상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20대의 삶이라면 무릇 ‘청춘 가득’, ‘쾌활 발랄한 일상’, 뭐 그런 이미지가 연상되곤 하는데 내 20대는 그러지 못한 것이다. 방황의 연속이었고 음울한 나날이었다. 기뻤던 날은 정말이지, 손꼽아 있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 때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왔던 사춘기가 언제부터인가 다시 도래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괴로움 많은 5년이었다.
그 괴로웠던 이야기를 구태여 끄집어내 글로 풀어내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 이 경험담에는 특별한 게 뭐가 없다. 6번의 퇴사와 7번의 입사로 인해 얻은 결과물이 별 대단치 않은 까닭이다. 그동안 나는 딱히 성장하지도, 성공을 거두지도 않았다.
유일하게 얻어낸 결과는 정리다. 5년이란 시간은 내가 확연히 달라지기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머릿속에 혼잡하게 떠돌아다니는 사고를 찬찬히 가늠하고 나열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또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서 어떤 인생을 살아가기를 진정 소망하는지를 퇴사와 입사를 겪을 때마다 자문자답을 해왔다. 내 안의 무수한 생각과 마주하고 하나하나씩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 정리된 내용을 쓰고 싶을 뿐이다. 실은 예전부터 줄곧 쓰고 싶었다. 그래서 재작년에 브런치를 개설했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서 올렸다. 낙서처럼 일기장 한 구석에 일기를 끄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어떻게 쓰고, 무슨 이야기로 채워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서 더 진행할 수 없었다.
결국, 머릿속에 빙빙 맴도는 지난 경험담을 자유방임하기로 했다. (사실상 방치다.) 당분간은 바깥으로 꺼내지 않고 반려 기억처럼 소중히 데리고 살기로 했다. (언젠가는 써야지, 써야지 하며 뒷일로 미룬 것뿐이다.)
그렇게 지진 부진하게 굴다가 올해 20대 후반이 되었다. 슬슬 조바심이 일어났다. 서른이 되기 전 20대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이대로 가다간 늦을 것만 같았다.
20대의 이야기는 20대 때 써야 한다는 건 아무도 제창하지 않았고 지키지도 않는 규칙이다. 그런데 나는 그 규칙을 마냥 따르고 싶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10대 때의 내가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때의 그 감정들, 그토록 강렬했던 그 경험들이 언제부터인가 물에 탄 것처럼 희석되어 힘을 잃어갔다. 분명 내가 겪었던 상황이지만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마치 남 일처럼 말이다. 그 변화가 신경 쓰였다.
20대 중후반의 역사도 내 10대의 역사처럼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었다. 우당탕 천방지축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회초년생의 일대기가 통째로 남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훗날 그런 일도 있었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내 어른스러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적색등이 울려 퍼졌다. 이대로 순순히 혹은 잠자코 어른이 되기에는 억울했다.
그래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생각나는 대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무작정 지난날의 감정을 글에 쏟아 부었다. 그러니까 이 에세이는 방황을 내내 해온 어느 한 사회초년생이 20대가 다 가기 전에 쓰고 싶단 시답지 않은 이유로 이제 와, 일곱 번째 회사에 정착한 지금에 이르러서야 지난 5년간의 일을 떠올려가며 적어내린 이야기란 거다.
조금은 우습고, 조금은 짠하고, 조금은 (사실은 꽤 많이) 지질한 내용일지 모르겠다. 부디 너른 마음으로 한 인간의 울퉁불퉁한 궤적을 구경해줬으면 한다.
1.6번의 퇴사와 7번의 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