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가왔다. 예전에 브런치에 업로드했다가 슬쩍 취소한 글이 있는데, 거기에 봄이 싫단 소리를 한가득 적어두었다. 그냥 미워지는 것이다. 그 계절에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겪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렇다.
하여간 내가 싫어하는 봄이 어느덧 왔다. 올해 봄에도 새로운 끝을 맞이하게 됐다.
가장 먼저, 처음으로 구한 개인 사무실을 떠나게 됐다. 이건 솔직히 별로 섭섭하지가 않다. 오래 지내지도 않았거니와 그곳 시설이 딱히 훌륭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떠났다. 가방 3개와 방석 2개. 품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자전거 바구니와 핸들에 주렁주렁 매달고, 어깨에는 두 가방을 메고. 그 상태로 페달을 힘껏 밟아 귀가했다.
내가 다시 저 사무실을 방문할 일이 있을까, 타는 도중 자문했고 빠르게 답했다. 없겠지, 아마도 영영. 섭섭하지는 않지만 가끔씩은 떠올릴 것 같다. 천장에는 쨍하고 노란 조명이 달려 있었는데, 어찌나 샛노란지 공간 전체가 노르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그렇게 노란 공간 속에서 종일 글을 써 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것만 처음인 건 아니었다. 바깥보다 이상하게 추운 실내, 내 타자 소리를 감춰주어 오히려 고마웠던 시끄럽고 낡은 히터기, 제발 좀 깨끗하게 쓰라며 감정이 실려 있는 문구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화장실, 매일매일 새벽까지 공부하는 어느 성실한 수험생.... 나름 재밌었다.
두 번째로 맞이한 끝은 동료의 퇴사다.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가 좋은 기회를 얻어 타사로 이직하게 됐다. 언젠가 그가 퇴사하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라서 당황했다. 평일마다 보던 동료를, 가족보다 더 자주 본 동료를 이제 못 보는 것이다. 개인 사무실을 비운 일과는 다르게 많이 섭섭했다. 울컥하고 눈물이 찔끔 나왔다.
고민 끝에 이직 축하 선물로 책을 줬다. 모험을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새로운 곳에 잘 지내라고, 어디서든 당신은 잘 해낼 거라고. 그런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책일까? 모르겠다.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이든 끝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이 찾아온다. 나는 집에서 좀 더 가까운 개인 사무실을 구했다. 곧 그곳으로 글 쓰러 간다. 그리고 회사에 새로운 사람이 입사한다. 성별과 나이는 모르겠지만 이름이 예뻤다.
공백이 언제 있었다는 양 금세 채워지는 것이 이상하고 괜히 속상하기도 하지만, 알고 있다. 굿바이 해야 한다는 것을. 울렁이는 감정은 뒤로 하고 밝게 외쳐보려 한다. 굿바이. 잘 지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