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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라쥬 Jun 03. 2020

낙타의 혹 같은 수요일이다

수요일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던가..

출. 퇴근길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시던 이웃님께서 '낙타의 혹 같은 수요일이다.'라며 글을 올렸다. 짧은 문장의 글이었지만, 내게는 마치 큰 바윗덩이가 내려앉듯 쿵! 하고 떨어졌다. 그저 서있기만 해도 힘든 황량하고 더운 사막. 그곳에서 짐과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고되고 고된 모습의 낙타가 떠오른다.


낙타의 혹이 그려내는 부드러운 곡선을 생각해본다.


꿀 같은 주말을 보내고 나면 처음으로 찾아드는 월요일.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별다른 대비책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월요병이란 녀석을 마주하게 되는 날이다. 그리고 녀석이 던져주는 갖가지 충격들을 마치 인간 에어백이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게 그리고 능동적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느라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게 되는 그런 마력의 날이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면 조금은 현실감이 생겨난다. 바로 화요일이다. 조금씩 시간 개념을 탑재하기 시작하지만, 이와 동시에 여전히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주말을 원망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 날이다.

그리고 찾아오는 수요일. 모든 변곡점들의 정중앙이자 고난한 여정의 최고봉. 등산으로 치자면 산의 최정상 봉우리 격인 마의 수요일이 드디어 우리에게로 찾아온다.

"앞으로의 여정 또한 지금처럼 힘들 거야. 상. 당. 히. 그래도 아마 이전보다는 한결 수월하게 느껴질걸. 만약 네가 이틀의 시간만 잘 버틸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면 너는 그리도 애타게 고대하던 꿀 같은 주말이란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달달한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한편으론 우리의 남은 여정을 매몰차게 재촉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듯 수요일을 최고의 수고로움과 함께 잘 보내고 나면,  목요일과 금요일은 그저 무난하게 잘 지나간다. '이제 주말이 머지않았다'라는 기대감에 절로 몸이 가벼워지고, 적절한 요령과 함께 일이 수월하게 느껴지는 착각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두 개의 변곡점이 그려내는 부드럽고 우아한 포물선을 가진 낙타와 함께하는 우리네 일상이라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매력 지고 서글픈 표현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참으로 찰떡의 표현이다.


그러다 문득 스믈스믈 끼어드는 잡생각.


'혹시  낙타가 쌍봉낙타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순간, 나의 주말 일상이 눈앞을 스쳐간다.

부부의 주말이란, 정확히는 육아를 겸하는 부모들에게 주말이란,  다른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쌍봉낙타의  번째  같은 토요일이다'라는 표현을 함께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또다시 스믈스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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