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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오랑 Feb 02. 2024

난 왜 배우려고 하지 않았을까?

앞만 보고 달리는 이의 미련함

배우 생활을 하며 연:기 이외에 무언가 배울 기횔 참 많이 놓쳤다. 


마술, 버블쇼, 무술, 악기 등을 배울 수 있었는데 모조리 놓쳤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다 걷어찼다. (심지어 다 무료로 배울 수 있었다)


왜 그랬을까? 


'배우가 그런 걸 배워 뭐 해?'


라며 되지도 않는 똥고집을 피웠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니 후회막심이다. 


배우에게 남들이 없는 특기가 있다는 건 큰 무기다.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연기 실력을 지닌 두 배우가 있다고 가정하자.(실제로 이런 경우가 많다)


한 배우는 아무런 특기가 없고 다른 한 배우는 특기가 마술이다. 


만약 이 두 배우가 같은 작품의 오디션을 본다면? 

당신이 감독, 연출, 제작자라면 누구를 캐스팅하겠는가? 


아마도 대다수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특기가 마술인 배우가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작품에 배우의 특기를 녹아낼 수 있으니 작품이 더 풍성해진다)




무언갈 배울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배워두길 바란다. 돈을 내서라도 배웠으면 한다. 알바도 좋은 경험의 장이지만 여타 취미 활동이나 특기를 습득하는 것도 배우에게 이득이 되면 됐지 절대 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걷어찼던 마술, 버블쇼, 무술, 악기뿐만 아니라 승마, 요리, 수영, 권투 등 각종 스포츠와 레포츠 등 자신이 잘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 배우길 바란다. 


특히, 승마는 배우에게 필수다. 왜 그런지는 잘 알거라 생각한다. 사극엔 말을 타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승마가 가능한 배우는 당연히 캐스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난 이조차 배우지 않았다...)



그 밖에도 자신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았으면 한다. 난 연:기에만 몰두하고 '빨리 잘 돼야지.'라는 압박 속에서만 살았다. 


무슨 일을 하든 잘 안 되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잠시 멈춰 서서 나만의 즐거움을 찾거나 쉼을 준다면 인생을 온전히 즐기고 사고를 더 확장할 수 있으며 자신을 새롭게 되돌아볼 수 있다. 


난 전혀 그러지 못했다. 여유는 사치라고 여겨 그런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 결과, 한 가지에만 갇혀 시야도 좁아지고 불안과 두려움, 괴로움 속에 허덕이다가 부정적인 틀 안에 날 가둬버렸다. 끝내 공황장애까지 앓게 됐다. 


악보를 보면 중간중간 쉼표가 있다. 가수가 쉼표를 지키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되겠는가? 

숨이 막혀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없다. 그리고 노래를 못 부르는 가수로 보이게 될 게 분명하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도 중간중간 쉼이 필요하다.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달려가는 와중에 즐거움과 쉼을 적절히 적절히 배치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 와서 많이 한다. 즐거움과 쉼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독서, 산책, 러닝, 자전거 타기, 가벼운 여행, 맛집 탐방 등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좋다. 


난 이걸 거의 하지 않았다. 항상 좀비 떼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살았다. 그리고 술과 담배에 의지했다. 


당신은 지금부터라도 이런 것들 찾아 꾸준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배우가 되어서도 꾸준히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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