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산무항심이요~
배우는 대본의 한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사람이다.
등장인물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일 수도 있고 사장, 회사원, 편의점 직원, 배달원일 수도 있으며 선생님, 학생, 백수, 노숙자일 수도 있다.
또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일 수도 있고 아들, 딸, 손자일 수도 있으며 갑을관계, 상사, 부하일 수도 있다. 배우는 다양한 직업의 역할과 지위를 부여받고 이를 연:기해야 한다.
따라서 배우는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지금 편의점이나 식당, 선술집, 카페 등에서 알바를 하거나 중소기업, 대기업 등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배우로서 훌륭한 실전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에서 그 역할을 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직업(또는 지위)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 것과 조사해서 듣고 간접적으로 익히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러니 현재 당신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그것을 온전히 느꼈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만약 당신이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고 하자.
당신이 무심코 손님에게 어떠한 말투와 행동을 하는지
사장님은 어떤 말투와 행동을 하는지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떤 반응과 행동을 보이는지
다른 알바생과 직원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을 연기의 재료로 삼았으면 한다.
이런 경험은 돈 주고도 하기 힘들다. 심지어 돈을 받으면서 하고 있지 않은가?
난 알바를 하면서 짜증을 참 많이 냈다. 솔직히 하기 싫었다. 연기만 하고 싶었고 연기로만 돈을 벌고 싶었다. 무심한 현실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매번 알바 앱으로 알바를 찾아야 했고 싫어도 나가서 돈을 벌어야 했다. 이런 날이 반복되니 지긋지긋했다. 무엇보다 일단 내가 너무 힘들었다. 더는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으니 즐겨보기로 마음을 먹어봤다.
백화점에서 주차 요원을 할 때 사무실에서 배운 차량 통제 수신호를 정석대로 했다.
'나중에 이걸 배우 할 때 써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니 거짓말처럼 일하는 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수신호를 정석대로 하면서 나중엔 응용도 했다. 그리고 경광봉으로 수신호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한테 경광봉 돌리는 법도 배우기까지 했다.
이러다 보니 일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사무실에서도 인정받아 퇴사할 때 소장님이 상당히 아쉬워하셨다.
다 떠나서 스스로에게 뿌듯했다.
지금 당신이 배우와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너무 근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재 하는 일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배우가 되기 위한 소중한 자금줄이고 배우를 위한 훌륭한 재료다. 알바나 일을 통해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습득한다고 생각하고 후에 배우를 하며 이를 멋지게 발현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첨언 하나 하겠다.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말인데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올바른 마음을 견지할 수 없다.'
는 뜻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부침이 심하다.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무작정 배우가 되겠다고 나처럼 무모하게 시작한다면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여러 고초를 겪을 수 있다.
뜬금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 이야기를 잠깐 하겠다.
빌 게이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보통 하버드 대학교를 과감히 중퇴하고 회사를 창업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빌 게이츠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처음으로 판매한 건 대학교 2학년 때고 이 시점에서 1년이 지나서야 학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중퇴한 게 아니라 학교로부터 공식적인 허락을 받고 휴학을 했다.
(왜? 잘 안되면 복학하려고)
심지어 부모님으로부터 재정적인 지원까지 받았다.
빌 게이츠뿐만 아니라 구글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마찬가지다. 이 둘도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사이트를 개발하고 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또 왜? 망할 수도 있으니까)
생각처럼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을 버리면서까지 무모하지 않았다.
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지 못해 심적으로 여유가 상당히 없었다. 괜한 무리수를 두고 사람들 앞에서 (차마 말하기도) 부끄러운 행동을 많이 했다. 이게 다 불안정한 생활에서 나온 여유 없는 생각과 미숙한 행동이었다.
평소 생활이 이런데 무대 위, 카메라 앞에서는 어떻겠는가?
여유란 눈곱만큼도 없고 열등감 덩어리에 인정욕구로 가득 찬 배우의 연:기를 관객들은 관람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관객 여러ㅂㅠ)
여러분은 (배우가 되기 전까지)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며 여유 있고 올바른 마음을 견지하길 바란다. 올바른 마음은 주변에 어떤 의견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여유를,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줄거라 믿는다.
'아! 전략적으로 다양한 알바를 경험하고 올바른 마음을 견지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