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알바 배우?!
연기자들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예전엔 많이 와닿지 않는 말이었는데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 판수 캐릭터(영화 '말모이')는
어렸을 적 이웃이었던
목공소 아저씨를 많이 참고한 것인데
'이때 써먹어야지'하고 기억은 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기억을 떠올려 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럴 때 경험이 중요하구나 싶다.
밋밋하게 온실에서 자라기보다는
여러 경험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배우 유해진-
알바몬, 알바천국.
한 때 카카오톡보다 많이 사용한 어플이다. 배우 초기엔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려면 필연적으로 알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스스로에게 '알바 배우'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다녔다.
배우로만 먹고살 수 있는 구조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그러지 못하니) 나 포함 대부분의 배우는 투잡, 쓰리잡을 해야 하는 처지다.
왜 투잡, 쓰리잡을 하느냐고?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할 수가 없다. 언제 오디션을 볼지 모르고 언제 공연이나 촬영 날짜가 잡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매번 하루 이틀 단기로 할 수 있는 일을 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투잡, 쓰리잡, 포잡이 된다.
(참고로 2023년 10월에만 총 4가지 일을 했다. 공연행사 1건, 공연 2건, 강의 2건, 알바 1건)
아무튼 덕분에 배우 이외에 많은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예술 강사, 무대 크루(스텝), 무대 조명 보조, 무대 음향 보조, 호텔 서빙, 청원경찰, 주차 보조 요원, 행사 보조, 장애인 활동지원사, 노가다, 배달 등 할 수 있는 알바는 거의 다 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이 경험이고 자산이지만 당시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난 배우인데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생각이 이러니 알바는 곧 고통이고 짜증이었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마음은 마음대로 힘들었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되지?'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배우는 일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알바를 통해 경험하는 '직업'들이 배우로서 소중한 자산인데 난 그때 미처 알지 못했다.
참으로 미련한 20대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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