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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May 01. 2024

AI는 직업생활을 더 행복하게 할까?

AI는 우리의 직업정신을 구원하는가 파괴하는가

AI에 대한 확신과 의문


지난 2개월 간 AI 기술 동향 조사를 맡아서 하면서, AI 기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글들을 접했다. AI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글, AI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보고 투자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글, AI로 인한 윤리적 문자를 지적하는 걱정 많은 사람들의 글, AI가 바꿀 세상을 낙관하며 기술 발전에 열정을 쏟는 연구자들의 글. 


많은 글들을 읽고 읽으면서 하나의 확신과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하나의 확신, 생산성 향상에 대한 확신. 인류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하나의 의문, 우리 직업생활에 대한 의문. AI가 인간 생산성을 폭주시킨다면, 생산 도구(AI 기술)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되는가? 인간 노동 대체를 위한 기계가 폭주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잘 살 수 있을까?


AI는 어디까지 침범하는가


AI는 인간 작업을 대체해나가고 있다. 이미 많은 직업 세계에서 일부 작업을 AI로 자동화해 인간을 배제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콜센터에서 AI를 활용해 상담을 자동화하고 상담사를 대거 해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IT 분야에서도 코딩 지원 도구 도입을 통한 업무 생산성 증가와 함께 인력 감축이 일어나고 있다. 내 직업인 데이터 아키텍트의 업무에 있어서도 AI 도입을 통한 자동화가 화두다. 현재 업무 중 표준화나 SQL 생성, 최적화는 AI가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AI 동향 조사를 해보면서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AI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걸 실감했다. 빠른 시일 내에 인간의 모든 지적 능력을 상회하는 AI가 등장할 것이고, 전 영역에서 AI 사용이 확산되며 인간 노동을 대체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Stanford University HAI,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4(2024.04) 


실제로도 현재의 기술 발전 수준에서 AI는 인간의 수행능력을 어느 정도 따라잡았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인간중심인공지능센터에서 올 4월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을 기준으로 이미 AI가 넓은 영역에서 인간 작업 수행 능력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9개의 작업 중 7개 작업에서 인간 수행 능력을 뛰어넘었고, 나머지 2개 능력인 경시 대회 수준의 수학과 시각적 상식 추론 작업도 인간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아직 인간 수준 미만인 작업에 대해서도 AI가 인간 능력을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물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


결국 인간보다 뛰어난 AI의 출현은 피할 수 없는, 예정된 미래다. 그리고 그 미래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까? 나는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술 발전은 순항 중인데,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적응은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는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추어 사회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조성을 위한 준비라면 교육 제도나 법률, 윤리적 시스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인식은 오래도록 제자리에 머물 것이고, 이 인식 변화의 지연은 기술 도입의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AI가 우리 직업을 얼마나 빨리 대체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 그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니라 인간의 적응력이 될지 모른다. 


우리들의 인식과 제도가 AI 도입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간을 완전하게 대체하는 AI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하더라도 단시일 내로 채택될 수가 없어 보인다. AI를 도입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기업과 기존 일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의 대립과 갈등이 지겹도록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AI는 기존 인간 업무를 적극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하는 수준에서 오랜 기간 머무를 것이다.


AI는 우리에게 속도를 요구하는가 인간성을 요구하는가


AI가 인간 작업의 보조 도구로써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해주게 된다면, 우리에게 잉여 시간이 생겨나게 된다. AI의 보조로 업무 속도가 두 배가 되어서 하루종일 처리하던 업무를 반나절만에 끝낼 수 있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반나절의 잉여 시간이 생긴다. 우리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하게 될까?

pexels.com @Tara Winstead

종사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모델에 따라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기존의 일량이 유지되는 비즈니스라면 절반의 인력은 필요 없어진다. 가격 경쟁이 심한 비즈니스라면 인력이 감축될 것이고, 남겨진 인력에게는 '속도'가 강요될 것이다. 더 빠르게, 많이 일 해라. 대다수의 노동자들 속도를 강요받으며 일하게 되지 않을까.


반대로 '인간성'이 요구되는 업무도 있을 것이다. AI 기술 한계와 닿아있는 업무, 제도로 보호받는 직종, 또는 인간미가 추구되는 직업이라면 인간성이 요구될 수 있다. AI 기술 한계는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거나 구현에 필요한 경제성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다. 기술은 돈이 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때문에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되고, 근로자 수가 적어 규모의 경제도 이룰 수 없는 틈새 직종들은 AI 기술의 침투 없이 롱런할 수 있다.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인간이 해야 의미가 부여되는 일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 인간관계 속의 일들이나 돌봄 노동과 같이 인간미를 필요로 하는 직업군이나 절차적 공정성 보장을 위해 인간 참여가 요구되는 활동들(예를 들면 채용 면접, 판결, 검수 등)은 여전히 우리의 일로 남겨질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질 선택지는 많지 않다. 빠르게 더 많은 일을 처리하거나, 더 인간다운 일을 해야 한다. 속도냐 인간성이냐의 문제에서 당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인지 묻고 싶다. 


나라면 인간성을 택하고 싶다. 반복 작업의 지루함이 싫으니까. AI가 남겨 놓은 일부 작업만을 지독하게 반복해 내는 일상은 감당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내가 지금 맡아 처리하고 있는 업무 전망을 생각해 본다. 내 업무는 앞으로 나에게 속도를 요구할까, 인간성을 요구할까? 속도를 요구하겠지. 데이터 아키텍트의 직업정신은 인간성과는 거리가 머니까. 


요새 느끼는 불안의 근원은 아무래도 나의 직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인간미가 결여되어 있다는 데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출처

1. Google DeepMind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18069695/

2. Stanford University HAI,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4, 2024.04 

3. Tara Winstead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8386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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