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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민혁 Jan 22. 2022

글로벌 금융 과외
<브라질 축구 그리고 교육>

브라질의 식당에는 한국에서 맛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한데요. 그 맛있는 음식 사이로 보이는 텔레비전에서는 축구 경기가 계속 중계되고 있습니다. 생중계는 물론이고 재방송과 하이라이트까지 나오고 다른 나라의 빅 리그 경기도 볼 수 있지요.


브라질의 대표적인 음식 Feijoada



브라질 국가 대표팀이 경기를 하면 거리가 텅텅 빌 정도인데요.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축구 경기를 마음 편하게 보라고 아예 일을 빨리 끝내거나 반차 휴가를 주기도 합니다


브라질은 무려 5차례(1958년, 1962년, 1970년, 1994년, 2002년) 월드컵에서 우승했는데요. 브라질이 유독 이렇게 축구를 잘하는 이유에 대해 브라질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꼽았습니다.


첫째, 축구 리그의 활성화입니다. 브라질 축구 리그는 1~4부까지의 전국 리그가 있고 전국 27개의 주 State에도 각각 리그가 있어, 800여 개 팀들 간에 치열한 승격과 탈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날씨가 따뜻하기 때문에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내내 축구 경기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열립니다.


둘째, 축구를 잘하면 좋은 대우를 받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들이 많고 그들이 엄청난 인기와 부를 쥐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그들을 롤 모델 Role model로 삼고 있습니다. 공교육이 제 기능을 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난을 떨쳐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탈출구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셋째, 축구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길거리나 공터 등 어디서나 할 수 있습니다. 공 살 돈이 없더라도 양말 뭉친 것으로 공을 대신하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맨발로 축구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공을 차다 다쳐 뼈까지 드러나는 경우까지 종종 생기는데요. 브라질에서는 발바닥이 적어도 3번은 까져 봐야 이제 비로소 축구를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넷째, 브라질은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인종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양한 체격 조건의 선수들과 경기를 치를 수 있습니다. 한국은 한국인들끼리 경쟁하지만 브라질은 유럽, 아프리카, 중동, 동양인들이 함께 축구를 하면서 각 인종별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이들의 좋은 점을 일찍부터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공립학교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액 무료입니다. 무료라서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공교육의 질이 낮기 때문에 상류층은 자녀들을 비싼 사립 중고등학교로 보내고 있습니다. 브라질 중산층이 대략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버는데 고급 시설을 갖춘 사립학교 학비가 월 200만  정도이니 정말 부자 자녀들만 갈 수 있는 것이죠. 브라질의 한 식당에서 만난 점원은 몹시 피곤한 모습이었는데요. 괜찮냐고 물으니 그녀는 괜찮다면서 사실은 회사를 마치고 밤마다 식당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예쁜 딸이 지금은 공립학교에 다니지만 중학교부터는 사립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이죠.



브라질에는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에넹’ENEM이라는 시험이 있는데요. 이 시험을 잘 봐야 원하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대학교는 상파울루 대학교 University of São Paulo로서, 브라질은 물론 남미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데요. 이러한 명문대는 대부분 공립학교입니다. 공립학교의 학비는 무료인데, 이러한 공립 대학은 사립고등학교 출신들이 주로 입학하게 되니, 결국 상류층 자녀들이 가장 좋은 대학을 무료로 다니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교육 예산의 30% 정도가 전체 학생의 2%에 불과한 공립 대학교에 지출되고 있고요.


브라질 이민 2세인 A군에 따르면, 그의 고등학교 친구 B는 공부를 안 해서 대학 자체를 갈 수 없는 성적이었는데 놀랍게도 좋은 의과 대학교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 주변 친구들도 모두 놀라워했는데요. 알고 보니 의사인 B의 아버지가 학교에 손을 써서 입학한 것이었습니다. A군도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브라질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로 여깁니다.


브라질은 빈부격차가 심해서 하루 평균 소득 5.5달러 이하를 버는 빈곤층이 2015년 기준 전체 인구의 22%(주변국 : 우루과이 6.2%, 칠레 10.1%, 파라과이 19.1%)인 4천500만 명이나 됩니다. 브라질의 빈부격차가 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랜 기간 동안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큰 사회적 변혁이 없었고, 수백 년 전 포르투갈 왕실로부터 하사 받은 땅이 아직도 소수 대지주의 소유물로 남아 있을 정도로 토지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사회 계층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는 교육에 있는데, 브라질은 교육부터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부富의 상위 1퍼센트 이내에 들어가면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사회는 역동적인 사회도 아니고 평등한 사회도 아니다. 상위 1퍼센트의 부자들이 자신이 내린 판단의 결과로 현재 위치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사회가 더 평등한 사회다."

-나심 탈레브 Nassim Taleb, 스킨인 더 게임, 비즈니스북스, 2019


또한 브라질의 신생아 중 20%는 엄마가 10대 여학생인데요. 엄마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중간에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가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않은 경우, 자녀들 역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하위층은 비싼 금리, 그것도 장기 할부로 돈을 빌려 물건을 사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 소득까지 모두 바치면서 빚에 얽매인 삶을 살아갑니다. 교육받은 상류층들은 해외시장에서 물건을 팔지 않아도 브라질 서민들을 대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으니 해외시장을 개척하거나 절박하게 개발하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브라질의 변동성을 높이지 못하게 작용하고 있는데요. 브라질 정부가 교육부터 공정한 룰을 지키려고 노력하는지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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