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현장에서 26화

CCTV, 잔혹한 진실 앞에 서는 순간

by 정준영
방송 뉴스엔 CCTV만큼 생생한 영상이 없다.
사건이 터지면 기자들이 기를 쓰고 현장에 뛰어가는 이유다.
하지만 CCTV 상용화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카메라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도,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도, 회사는 물론이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러 간 카페에도 폐쇄회로(CC)TV가 구석구석에서 우리를 지켜본다. 개인정보보호 종합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에서 운용하고 있는 CCTV는 총 145만8465대다.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8년엔 15만7197대였는데 13년 새 9배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사적으로 설치한 CCTV에 자동차 블랙박스 숫자까지 합치면 모르긴 몰라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CCTV의 설치 근거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있다. 범죄 예방이나 수사,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 교통단속 및 교통정보 수집을 위한 경우 등에 한해 공개된 장소에 CCTV 설치가 가능하다. CCTV의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오히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주변 지역으로 범죄가 이동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CCTV 영상이 범죄 수사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CCTV를 통해 범행 당시 상황과 범인의 인상착의, 도주 경로 등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교통사고나 불이 났을 때도 CCTV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방송 뉴스엔 CCTV만큼 생생한 영상이 없다. 사건사고가 터지면 방송기자들이 기를 쓰고 CCTV를 확보하려 현장에 뛰어가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건사고가 CCTV의 녹화 범위 내에서 일어났을 때의 얘기다. 사건이 화면에 담기지 않는 때도 많다. CCTV가 수백만 대 설치돼 있다 한들 대한민국 온 지역을 비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경험상 강력범죄는 집이나 화장실 등 CCTV가 없는 사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범인에게 약간의 용의주도함만 있다면, CCTV가 내려다보이는 위치는 피하고 싶지 않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21년 11월 중순의 어느 날, 강북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취재할 때였다. 사건은 시장 바깥쪽 외부 길거리에서 발생했다. 쪼그려 앉아 길바닥을 살펴보니 검붉은 핏자국이 눌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고 위쪽을 살폈다. CCTV 한 대가 현장을 바라보고 설치돼 있었다. 다만 제대로 작동하는 카메라인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실제 CCTV 영상을 확보하려고 확인해보면 고장 난 채 방치된 카메라가 적지 않고 심지어 모형인 경우도 있다. 참새를 쫓기 위해 논 위에 세워놓은 허수아비 같은 역할이랄까. 시장 관리사무실에 찾아가 보니 다행히 제대로 작동하는 CCTV였고 직원도 영상 열람을 허락했다.

살인 사건 CCTV

모니터 앞에 서서 CCTV를 재생했다. 사건은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일어났다. 겨울이었기 때문에 사위는 어둑어둑했다. 시장 건물에서 건설현장 근로자 같은 차림새의 두 중년 남성이 걸어 나왔다. 한 남성은 길모퉁이 돌 위에 걸터앉아, 다른 남성은 서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저녁이나 술을 먹던 중인지도 모른다. 딱히 다투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서 있던 남성이 점퍼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앉아있던 남성의 몸을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앉아있던 남성은 이렇다 할 반항도 하지 못하고 몸부림만 칠 뿐이었다. 잠시 후 피해자의 몸이 앉은 채로 늘어졌다. 가해자는 돌아서는가 싶더니 다시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고, 이후 시장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사회부 기자를 하다 보면 사고 끔찍한 현장을 종종 목격할 때가 있지만 실제 살인 장면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녹화된 영상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처럼 연출된 장면이 아니다. 예전에도 한 건설현장에서 떨어지는 철근에 근로자가 머리를 맞아 사망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어떤 기분이라고 형용하긴 어려우나 사람의 목숨이 사그라드는 장면을 지켜보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영상을 보지 않을 수는 없다. 방송 심의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선 영상을 디테일하게 확인한 뒤 잔인한 장면은 편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CCTV가 상용화된 이후의 기자들은 어찌 보면 과거보다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영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끔찍한 장면을 지켜봐야 한다는 두려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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