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현장에서 07화

멈춰버린 작은 심장

24시간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100일 아기의 비극

by 정준영

숨을 들이쉬면 콧속이 빳빳이 얼어붙을 정도로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더운 공기 그득한 식당에서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간절했지만 보고 시간 압박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대신 편의점에서 산 미지근한 캔커피와 차가운 미니 호떡을 오물거리며 파출소를 전전했다. 이토록 추운 겨울엔 사건이 없다. 이불 밖은 위험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부딪힐 사람이 있어야 사건도 생긴다.


평화로운 경찰서를 뒤로 하고 소방을 체크하던 중 한 출동 건에서 눈길이 멈췄다. 심정지 사건이었다. 소방서 당직실로 전화를 걸어 소속과 신분, 이름을 밝히고 사건 내용을 정중히 물었다. 소방관이 답했다.


"태어난 지 100일 된 아기가 의식이 없다네요."


갓난아기에게 심정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사고는 서울 성북구의 어느 어린이집에서 일어났다. 어린이집 직원이 가슴 압박을 하고 도착한 구급대원이 10분간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안타깝게 아기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모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외상은 없었지만 단순 사고라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소방은 경찰을 불렀다.


일진에게 보고하고 어린이집 주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현장은 평범한 빌라촌이었다. 어린이집 건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동안 헤메다가 인터넷을 검색해보기로 했다. 제대로 된 홈페이지도 없이 원장이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어린이집이라는데 가정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모양이었다. 번듯한 간판 하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어린이집에 찾아가보려 했으나 빌라 건물에 잠금장치가 달려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 아이가 구급차에 실려간 장면이 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주택가다보니 CCTV는 없었다. 구청에서 설치한 방범용 카메라가 있었지만 경찰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보여주지 않는다.


아기의 부모를 만나 혹시 평소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며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묻고 싶었다. 아기가 이송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다. 병상을 일일이 확인하며 아기가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그 큰 병원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기의 부모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병원에선 제삼자에게 특정 환자의 입원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다.


불길한 생각이었지만, 아기가 이미 숨졌을 가능성도 고려해 일대 다른 병원과 장례식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모두 헛걸음이었다. 살면서 하루만에 그 많은 장례식장을 돌아다녀보긴 처음이었다. 아기 찾기는 포기해야 했다.


수사가 시작됐나 싶어 관할서 형사과장을 찾아갔다. 과장에 따르면 아기는 병원에서 가까스로 살아났다. 다행이었다. 형사과장은 아기가 살아있는 데다 외상도 없기 때문에 형사과에서 수사할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다만 여성청소년과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들여다볼 가능성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형사과장의 심드렁한 반응을 보니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다른 경찰서 형사팀장에게 조언을 구해봤지만 역시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마지막 보고를 마치고 나니 자정이 넘었다. 긴 하루였다. 토요일, 일주일에 딱 하루 집에 가는 날이었다. 마음이 흐물흐물해졌다. 택시 창가에 머리를 대고 내부순환로 아래로 스치는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자니 생각은 단순해지고 점차 희미해졌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사건을 떠올렸다. '아이는 무사히 회복했을까.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여청과는 수사에 착수할까' 폭우처럼 쏟아지는 피로감 속에 부여잡고 있던 생각의 끈은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역시 마음에 걸렸다. 주말이 지난 뒤 여성청소년과장을 만나러 갔다. 그는 경찰서를 옮겨온 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중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수습기자가 달라붙어 귀찮았을 법도 한데 그는 꽤 친절했다. 과장은 보도하지 않는 것(오프 더 레코드)을 전제로 사건을 설명했다.


아기는 일단 목숨을 부지했지만 뇌사로 추정되는 상태였다. 사고 당시 기도가 막혀있었다고 한다. 일정 시간 숨을 쉬지 못하면 뇌세포는 괴사한다. 기도가 막힌 탓에 아기는 울음소리를 내지 못했다. 울었다면 직원들이 아기 상태를 더 빨리 알아챘을 것이다. 경찰이 어린이집 내부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사고 당시 아기는 방 안에 누워 있었고 직원들은 거실에 있었다. 직원들은 열려있던 방문과 창문 너머로 아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그런데 아기의 숨이 넘어갈 때까지 왜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을까.


여청과는 일단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상대로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장은 혐의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뚜렷한 학대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방임’이 있었는지는 별론이지만 그마저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장의 반응이 애매했다. 알고 보니 부모들은 아기를 평일 내내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주말에만 데려갔다고 한다. 가정형편 때문이었다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아무리 맞벌이라도 퇴근하고 나서는 아이를 데려갈 수 있지 않았을까. 게다가 100일짜리 갓난아기였다. 부모들은 사건이 보도되지 않게 해 달라며 과장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아기는 왜 그런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어린이집의 책임일까, 아니면 아이를 평일 내내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의 책임인가. 아니면 가난이 문제인가. 과장은 아기나 부모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직원들도 딱한 사람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답을 낼 수 없었다. 사건을 글로, 영상으로 잘 풀어낼 자신이 없었다. 펜은 갈 길을 잃었다. 나는 사건을 수첩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그때로부터 3년이 흘렀다. 2021년 1월도 매섭게 추웠다. 수십 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였다. 최저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어느 날 서울 강북구 한 편의점에서 내복 차림의 4살짜리 여자 아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이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아이는 엄마가 출근한 뒤 9시간 동안 혼자 집에 있었다. 그러다 잠시 집을 나왔는데, 문이 잠겨버려서 다시 들어가지 못했다.


엄마는 아이를 방치한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학대는 오해”라고 경찰에 주장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지 못하던 중 발생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방임도 학대다'며 비난이 들끓었다. 경찰은 엄마를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하고 아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보냈다.


실상은 조금 달랐다. 엄마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싱글맘이었고, 동네 자활근로 기관에서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하며 생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사건이 있기 얼마 전 엄마는 기관에 전일제에서 반일제 근무로 변경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급여가 반 토막 나더라도 아이 돌볼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사건 당일에도 엄마는 출근한 이후 딸에게 37번이나 전화를 걸어 상태를 살폈다.


사정이 알려지자 여론은 반전됐다. 모녀를 후원하고 싶다는 전화가 관계기관에 빗발쳤다. 그리고 엄마와 떨어져 지내게 된 아이는 분리불안 증세를 호소하며 엄마 품으로 돌아가길 바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수사기관에 엄마의 선처를 부탁했다. 엄마는 교육과 상담을 성실하게 받으며 딸을 직접 기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고 딸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근무지를 찾아다녔다. 결국 그해 4월 검찰은 엄마가 아이를 방임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문득 3년 전 사건을 취재하며 품었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아기는 왜 그런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아직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가난이나 환경 때문이라기엔 그 아기가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적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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