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결혼을 했습니다.
어릴 땐 명절이 정말 싫었는데요.
유일하게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 사촌과의 짧은 대화였습니다.
밝은 웃음과 상냥한 말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았어요.
친척들도 제게 질문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제 자신이 불쌍하고 초라해졌어요.
"엄마는 잘 계시니?"
"엄마랑 아빠는 사이가 어떠니?"
"엄마는 요즘 뭐 하시니?"
엄마와 아빠의 관계가 좋은 것이 물론 제 신상에도 좋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저 질문들이 저에 대한 관심일 수 있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엄마랑 아빠의 사이가 틀어진 지는 꽤 오래되었고, 나는 하루하루 전쟁통인 집에 사는 아이임을 상기시켰죠.
하지만 그 사촌과 놀면 내 마음속의 구김이 펴지고, 햇빛으로 마르는 기분이었죠.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적이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나는 내 마음이 구겨지고, 눅눅한 것을 숨기는 데에 급급했습니다.
남의 마음은 "나 불행해"라고 말하는 사람 빼고는 다 바짝 마른빨래처럼 보송보송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진짜 남의 마음을 보려 하지도, 알아볼 여력도 없었어요.
지금부터라도 그 사촌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나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고통을 처리해 내기도 버거운데 말이에요.
주변의 괜찮은 사람 하나가 어떤 사람의 삶을 버텨나가는데 알게 모르게 큰 힘을 준다는 것을 아니까..
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