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냉이가 죽었다.
고추냉이는 물이 많이 필요하고, 반음지 식물이라 해서 우리 밭은 물이 너무 적으니 배수로에 심어뒀었다.
여태까지는 참 잘 자랐었는데 7월 초 장마기간 동안 배수로에 계속 물이 고여있으면서 남아있던 두 그루가 썩어버렸다.
마음이 아팠다. 잘 자라길래 이대로만 자라주길 바랐는데...
실패를 뒤로하고 밭일을 시작했다.
내 밭에는 크고 작은 6개의 두둑이 있어서 첫 번째 고랑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잡초를 처단하고, 제일 외곽에 들깨를 옮겨 심었다. 그리고 두둑이 너무 넓어서 중간영역은 작물을 심지 않고 비워두기로 했다. 일을 할 때마다 두둑 안쪽을 살피느라 허리와 팔을 쭉 펼쳐야 해서 부담이었고, 소량에 집중해서 밭 관리를 좀 더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1번 두둑 근처에서 지난주에 루꼴라 씨앗 채종을 했었고, 상추가 꽃이 필 때까지 뽑지 않고 가만뒀기 때문에 1번 두둑 근처에 새싹이 조금 올라와있었다. 막 밟으며 지나치긴 했지만 새싹들이 루꼴라와 상추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 두세 시간 정도 일한 거 같은데 1번 두둑과 배수로 주변 외곽밖에 정리하지 못했다.
그래도 티가나니 뿌듯하긴 했다.
아무래도 잡초를 가위로 자르는 게 시간이 많이 드는 거 같아 집에 와서는 도구를 검색했다.
원예용 가위를 살지, 잡초용 가위를 살지 고민하다가 잡초용 미니 톱낫이 있는 걸 보고 일단 그걸로 구매해 보았다.
가위는 가위질을 하느라 아귀힘이 많이 들었는데 낫은 좀 잘 들어서 힘이 덜 들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는 2번 두둑을 정리해 볼 거다. 2번 두둑에는 팥과 들깨가 심어져 있고, 상추꽃이 핀 채로 방치되어 있다.
씨를 채종 하기엔 귀찮긴 한데 채종 할만한 게 있는지 한번 보고 있으면 채종도 할 것 같다.
다음 주는 시간이 적다. 이후 일정이 많아서 촉박할 것 같다. 그래도 어서 가서 조금이라도 정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