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중의 잡초, 바랭이
7월 초 내내 장마가 이어졌다.
첫 비가 내린 뒤 밭에 갔을 때 고랑이 진흙밭으로 변해 있었다.
물 빠지는 구멍을 더 크게 만들고, 그 주변으로 고랑을 추가로 내느라 몸살이 날 뻔했다.
장마가 끝난 7월 중순, 다시 텃밭을 찾았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그나마 자잘하던 바랭이(잡초)가 폭발적으로 증식해 씨앗을 뿌린 자리까지 완전히 점령해 버린 것이다.
근처에 뱀이나 땅벌이라도 있을까 봐 두려울 정도였다.
자연농법을 공부하다 무경운 농법을 알게 됐다.
잡초와 함께 작물을 키운다길래 바랭이가 작을 때 그 옆에 씨를 꽤 심어 두었다.
하지만 새싹은 없었고, 바랭이만 온 밭을 집어삼켰다.
우리 밭에는 울타리가 없다.
칠 돈도 아깝지만, 고라니가 들어와 먹고 남은 걸 내가 먹으면 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약을 치지 않으니 벌레 먹은 잎사귀가 많지만, 남은 부분을 먹으면 되니까 괜찮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작물이 잘 자랐을 때 이야기다.
잡초가 이렇게 판을 치면 벌레도, 고라니도 먹을 게 없을 지경이었다.
상생을 바랐지만 바랭이가 탐욕을 부린다면 처벌해야 한다는 게 내 원칙이었다.
하지만 자연농법 자료를 읽다 보니 고민이 생겼다.
식물의 뿌리에는 우리 몸의 장처럼 미생물이 살고, 그들이 유기물을 흡수하며 토양 구조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식물의 뿌리를 뽑지 말라는 조언이 많았다.
남은 뿌리는 유기물이 되어 퇴비화되고, 주변 식물의 양분이 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바랭이를 뽑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사실 뽑기도 버거웠다.
결국 나는 열심히 잘라냈다.
하지만 연장은 엉망이었다.
우드카빙할 때 쓰던 칼로 바랭이를 베어내려니 힘만 들고 잘 잘리지 않았다.
몇 시간이나 바랭이와 씨름했지만 밭을 점령한 녀석들을 처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좌절스러웠다.
지나가며 조언하던 텃밭 고수들의 말이 떠올랐다.
“비료를 좀 주지, 멀칭을 하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괜한 고집을 부린 걸까?
작물의 성장 속도는 너무 느렸다.
이 흙은 원래 논을 덮으려고 아무 데서나 퍼온 죽은 흙일 텐데,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지친 몸과 복잡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몇 시간 동안 앞으로 어떻게 밭을 가꿀지 고민했다.
작물을 예쁘게 다시 옮겨 심을까?
두둑을 더 올려야 할까?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바랭이는 처벌해야 한다.
다이소에서 원예용 가위를 사기로 결심했다.
뿌리를 남기더라도 위를 잘라서 눕히면 멀칭으로 쓸 수 있으니 그걸로 버텨보자.
자연농법도 더 검색했다.
비로 인해 겉흙이 침식되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두둑과 고랑을 함부로 파지 말아야 했다.
잡초를 베어 말린 뒤 멀칭을 해 수분을 유지하고, 미생물이 먹을 유기물을 남겨야 했다.
비닐멀칭은 하지 않더라도 유기물 멀칭만큼은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연농법이 쉬웠다면 모두가 자연농법을 했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다.
수확량도 적을 수 있다.
그래도 나는 돈을 많이 쓰기 싫고, 자연 그대로가 좋고, 건강에 예민하다.
이 길을 밀고 나간다.
토요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