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이 사그라들고 다시 찾은 텃밭

비트와 방울양배추 그리고 바질

6월 초 즈음되니 몸이 좀 나아져서 슬슬 텃밭에 가보기 시작했다.

한두 달 만에 잡초도 많아졌고, 상추와 루꼴라, 딜은 꽃대가 올라서 수확이 불가했다.

완두콩은 병 걸려 죽었다. 대파는 새끼손가락 굵기로 아주 많은 양이 아주 잘 자라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가 심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작년에 퇴비를 만들 때 들깨를 털고 남은 들깨나뭇가지들이 주재료였는데, 온 밭에 들깨싹이 올라와 있었다.

퇴비에 섞여있던 참외 씨앗이 발아해서는 또 한 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멀칭이 안된 밭의 장점은 아무 씨가 흩뿌려져 예상치 못했던 작물이 자라고 있는 광경이다.


또 밭을 보고 깜짝 놀랐던 품종 두 개가 있었는데 바로 비트와 방울양배추다.

초봄에 씨앗을 심을 때는 밭이 모자라서 엄마밭 한 두둑을 빌렸다.

거기에 비트와 방울양배추를 심었다. 그 밑의 내 밭두둑에도 심었다.

그런데 입덧이 끝나고 6월에 돌아와 보니 엄마밭에는 비트가 아주 튼실하게 자라있고, 방울양배추도 내 팔뚝길이의 나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내 밭두둑의 그것들은 아직 아기였다.

추정 원인이 있다. 작년에 엄마밭에 무를 키운다고 엄마가 비료를 사서 여러 번 뿌렸다.

내 밭은 비료가 하나도 없었다.

역시 화학비료의 힘은 대단했다. 무시할 수가 없다.

그리고 엄마밭은 왜인지 내 밭보다 흙이 부드럽고 덜 뭉친다. 그 근처에 쇠뜨기가 살기도 하고, 내 밭은 엄마밭보다 지대가 낮아서 비가 오면 흙이 자꾸만 침식되기도 한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트는 아주 효자식물이 되었다. 매주 한뿌리씩 캐와서 가족들에게 갈아 먹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엄마 주변의 텃밭 하는 사람들도 비트는 잘 안 심나 보다. 그래서 비트를 키운다고 하면 신기해하고, 조금 나눠줬을 때 반응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가 자꾸만 내 비트를 탐낸다. 절반 이상은 엄마가 뽑아갔을 거다.

작년에는 내가 바질을 키우고 싶어서 심었었다. 생각보다 농사가 잘되어서 얼마 전까지도 냉동실에 바질잎이 있었다.

엄마에게 바질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를 해줬더니 엄마가 반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했는데 주변에서도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바질도 나눠주고 하며 엄마의 효자식물이 되었었다.

정작 나는 질렸다.

이번엔 비트가 그랬다. 엄마가 아주 탐내서 이제 밭에 남은 비트가 별로 없다.


방울 양배추는 십자화과 특유의 벌레꼬임이 아주 심했다. 온데 벌레고, 검은곰팡이 같은 것도 핀 것이 있다. 

먹을 수는 없다. 그저 병이 낫기를 기다려 보고 있다.

7월쯤 되니 방울 양배추가 조금씩 열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에는 결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풀려버리더라.

그리고 여전히 벌레가 많다. 그나마 결구가 잘되라고 안 먹는 잎은 쳐내주고, 벌레퇴치를 위해 계핏가루를 사다가 마구 뿌려줬다. 유기농 자재의 성분을 보니 계피성분이 있길래 마구 뿌려봤다.

일단 뿌리는 순간 뭔 벌레들이 날아가는 거 보니 벌레가 싫어하긴 하는 거 같다.

제발 방제가 잘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