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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젤리

시작의 마음

by 홍페페

산부인과 초음파 화면 속에 아주 작은 곰젤리가 보였다.
내 뱃속에 다른 생명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의 임신 소식을 들을 때면 최선을 다해 축하를 건넸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늘 갸우뚱했다.
한 인간이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고, 때로 꺾이고, 아프고, 결국 사라지는 일인데…
정말 축하할 일일까.

어릴 때부터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껴왔고, 결국 무기력해진 나로서는
임신과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없었다.

그런데 초음파 속 작은 점을 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다.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이 작은 곰젤리가 무사히 사람으로 태어나 평온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사랑받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 마음이 너무 뜨겁게 올라왔다.

남편에게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자 그의 눈가도 붉어졌다.
아마 비슷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제야 알았다.
이건 분명 축하할 일이라는 걸.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부모가 되어가는 것, 두려움 속에서도 사랑을 품게 되는 일이라는 걸.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다.
사랑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작은 존재를 보자 마음이 달라졌다.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세상에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번졌다.
평소에는 없던 인류애였다.

참… 나는 늘 그렇다.
겪어봐야 마음이 움직이고, 직접 살아봐야 이해가 된다.

엄마가 된다는 것도 그랬다.
이 작은 곰젤리를 본 순간부터, 나는 그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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