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처음 마주한 혼란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출산을 떠올리면 아직도 몸이 저릿해진다.
임신 내내 나는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꿈꿨다.
텃밭을 하며 자연과 자급자족에 빠져 있었고, 자연 그대로의 출산이 아이를 더 건강하게 만들 거라 믿었다.
아기가 산도를 통과하며 마이크로바이옴을 물려받아 장 건강에도 이롭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라면 자연분만만이 생존의 길이었을 테니, 자연의 선택을 통과한 강한 아이가 될 것만 같았다.
첫 출산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험이라, 이번에야 몸을 비우고 아기와 함께 새로 태어나고 싶었다.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기대까지 품었다.
그리고 16시간의 진통 끝에 자연분만에 성공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
하지만 그 기쁨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모유수유의 벽이 내 앞을 막았다.
첫 젖물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출산 직후 남편과 나 모두 감기 끝물이어서 24시간 넘게 수유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조리원을 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골든타임’을 놓쳤다.
급히 인터넷으로 모유수유 용품을 사들였지만 하나같이 어딘가 부족했다.
결국 유축과 혼합수유를 거쳐 3주 만에 완분으로 넘어갔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아직 모성애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신생아는 생각보다 낯설고 너무 작고 나약했다.
울긋불긋한 피부, 태지와 양막이 남아 있는 작은 몸…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생명이 내 앞에 뚝 떨어져 있었고, 그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이 무서웠다.
임신 동안 행복감을 안겨주던 호르몬이 빠져나가는 것도 느껴졌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다가 조금씩 회복된 상태였기에, 다시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
남편도 내 상태를 지켜보며 불안해했다.
‘괜찮아질까? 다시 우울해지지는 않을까? 아기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아이에게 무슨 문제는 생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 끝없이 몰려왔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출산은 단순히 아기를 만나는 순간이 아니었다.
예전의 삶을 뒤로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이었다.
그 문을 넘는 일은 고요하지 않았다.
기대와 설렘만큼이나 두려움과 혼란도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