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임신이 주는 기쁨과 낯선 불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임신이었다.
다낭성 난소 때문에 생리가 불규칙했지만, 배란테스트기와 초음파를 붙잡고 날짜를 계산하며 시도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결국 두 줄을 보았다. 그 순간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예정일이 12월 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한숨이 조금 새어 나왔다. 1월 생이길 바랬는데… 그래도 생명이 찾아온 것 자체가 너무나 소중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먹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차를 오래 타는 것도, 배가 눌리는 것도 두려워졌다. 나를 편안하게 해 주던 요가도 그만두고, 코인노래방도 주저했다. 회사는 왕복 세 시간 거리였는데, 그 길 위에서 입덧이 시작됐다. 약을 먹는 것도 겁나서 참고 버텼다. 출근길은 멀고, 속은 울렁이고, 체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정류장에서 집까지 20분을 걸으며 어지럼증을 참을 때면 매일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금만 더 버티자. 아기만 건강하면 된다.”
그 시기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거의 끊었다.
오래된 인간관계의 상처와 불안이 여전히 나를 괴롭혔고, 스트레스가 태아에게 갈까 두려웠다. 그래서 가족 말고는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대신 명상을 하고, 불교 라디오를 들었다. 종교는 없지만 그 차분한 목소리가 묘하게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결국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최대한 빨리 출산휴가를 냈다.
그제야 몸과 마음이 조금씩 평온해졌다. 집에서 건강식을 챙기고, 가볍게 산책을 하고, 남편과 저녁을 함께 준비했다. 하루하루가 고요했고, 때로는 지루했다. 하지만 그 지루함은 새로운 삶을 맞이하기 전, 나에게 필요한 쉼처럼 느껴졌다.
아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수없이 불안했고, 동시에 설렜다.
내가 어떤 엄마가 될지, 어떤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시간을 온전히 겪어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지루함과 두려움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