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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지나며, 가족이 되어가는 중

명절과 육아, 지쳐도 끝내 함께 걷는 우리

by 홍페페

명절이 다가왔다. 왕복 몇 시간의 긴 귀성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이미 한여름에 양가를 오가며 인사를 드렸고, 갓 돌도 안 된 아기를 먼 길에 태우는 게 부담스러웠다. 특히 지금은 중 후기 이유식과 수면 훈련으로 매일 체력과 정신이 소진되는 시기였다. 남편과의 언쟁도 잦아지고 있었다.

시댁에는 여전히 제사와 성묘가 이어졌다. 하지만 친척들 중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고, 아이는 낯가림이 심해 한시도 떨어질 수 없었다. 낯선 잠자리와 환경 때문에 분리수면이 깨질까 불안했다. 그래도 설득 끝에 최소한의 일정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가는 길부터 이미 긴장이 감돌았다. 결국 도착한 집에서 우리는 크게 다퉜고, 나는 아기를 재우다 그대로 누워버렸다. 식사도 거르고,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다음 날에는 마음을 추스르고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아기가 울지 않도록 계속 안아주고 달래며 분위기를 맞췄다. 그러나 이런저런 일로 아이는 밤새 잠을 설치고 배탈까지 났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니 잠깐의 위로는 있었다. 그 힘으로 겨우 집으로 돌아왔지만 몸과 마음은 지쳐 있었다. 아기를 병원에 데려갈 준비를 하던 중, 남편이 가족 간에 오해와 서운함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내 마음은 한없이 무기력해졌다. 명절을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비난을 받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남편은 끝까지 내 편이었다. 그 점이 감사했지만, 지친 마음을 달래기는 쉽지 않았다.

그날 저녁, 아기와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인생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터널에 들어서면 차선 변경도, 되돌아감도 어렵다. 풍경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을 그저 묵묵히 달릴 뿐이다. 지금 우리의 가족이 그렇다. 외식도 쉽지 않고, 밥 한 끼도 편히 먹기 어렵고,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터널을 함께 지나며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부대끼며 ‘우리’가 되어간다. 남편과 내가 하나의 팀으로 맞춰지는 과정, 아기에게 집중하며 현재의 귀여움을 만끽하는 시간이다.

남편과 이야기했다.
“가족이 이렇게 한 덩어리로 붙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몇 년뿐일 거야.”
너무 어릴 때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고, 초등학교 무렵이 되면 아이는 친구와의 세상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 아이는 꽃피우고 우리는 저물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긴 인생 여정 중 잠깐 만난 터널일 뿐 아닐까. 비록 풍경은 보이지 않지만, 이 어둠 속에서 우리 가족은 서로를 맞추고 더 단단해지고 있다.

오늘도 피곤하고 힘들지만, 이 터널을 함께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붙든다.
나는 지금 가족과 함께 ‘우리’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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