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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깊을수록 불안해진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매일 흔들리는 마음의 기록

by 홍페페

아기가 아프다.
괴로움에 인상을 찌푸리고, 울음소리가 거칠어질 때마다 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오히려 아기를 돌볼 힘이 없어지고, 무기력해진다.

남편이 아기를 본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화가 난다. 지적한다.
남편이 짜증을 낸다. 나도 더 큰 짜증을 낸다. 아기가 운다.
아기가 우니 육아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다시 싸운다. 다시 무기력하다.
이 반복이 끝없이 이어진다.

남편은 말한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편히 가져.”
하지만 그때뿐이다. 마음은 금세 요동치고, 집에서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있으면 두통이 심해진다.

나는 아기를 너무 사랑한다.
건강하길 바라고, 행복하길 바라고, 아무 탈 없이 자라주길 바란다.
그런데 그 사랑이 깊을수록 불안도 깊어진다.
불안 때문에 더 조급해지고, 긴장 때문에 더 실수하고, 그래서 또 자책한다.
아기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자꾸만 내 불안이 그 행복을 망치는 것 같아 괴롭다.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까진 정말 괜찮았다.
책에 나온 대로 하나하나 해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책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아질수록 괴로움도 깊어진다.
그리고 이 괴로움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더 괴롭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태교 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려 애쓴다.
무언가를 잘 해내려는 마음, 더 완벽하게 해내려는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는 그때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오늘 하루, 내 품 안에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켜보려 한다.

내일은 아기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나 또한 조금이라도 평정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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