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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사로잡혔던 어느 날

아이와 함께 다시 채워진 마음

by 홍페페

육아 8개월 차, 나는 자주 외로웠다.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아기를 돌보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고립감이 스며들었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나가면,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속으로 다가가 “저도 같이 이야기해도 될까요?”라고 말하는 상상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루 대부분을 아기와 보내지만 어른과 나누는 대화는 거의 없다.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모두의 상황이 달라 시간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낯선 무리에 쉽게 섞이지 못한다.
그래서 아기와 함께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외로움 속으로 흘러가곤 했다.

밤마다 퇴근해 지친 남편에게 하소연을 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아기랑만 있었어. 나한테 말동무는 당신뿐인데, 당신마저 들어주지 않으면 누가 들어주겠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했다.
“아기가 있는데 왜 혼자고 왜 외로워?”
그럴 때마다 속이 답답해지고, 마음이 더 공허해졌다.


어느 날처럼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유모차에 앉은 아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아기가 훌쩍 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팔 한 뼘도 안 되던 아이가 어느새 내 팔길이만큼 자라 있었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이제 다시 그 신생아를 볼 수 없다.
지금의 아기도, 이 순간의 모습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토록 소중한 시간을 살면서 나는 외로움만 붙잡고 있었다.
내 앞에 이렇게 귀하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있는데.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가슴이 묵직하게 차올랐다.
텅 비어 있던 마음이 단숨에 가득해졌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듯한 충만함이 밀려왔다.

아기가 내 옆에 있는데 무엇이 그리 외로운가.
지금 이 순간들은 언제나 내 안에,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나를 채워줄 것이다.

무기력하고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던 나는
‘아기가 행복하려면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실 앞에서 다시 힘을 얻었다.
이제 외로움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날 행복하게 만들어준 아기에게 고맙다.
날 행복해야만 하게 만들어준 아기에게 고맙다.

가끔 다시 외로움이 올라올 때면 그날의 감각을 떠올린다.
그러면 다시 충분해진다. 행복해진다.
아기 덕분에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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