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화. 그때 생긴 강박 하나

by 소소라온

스물네 살, 첫 발령을 받고 나서 몇몇 남자들을 만났지만,
그 누구와도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나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스물여덟 무렵,
처음으로 '오래 만나볼까' 싶었던 사람이 생겼다.


만나면 유쾌했고, 세심하게 챙겨주는 사람.
집안 형편도 괜찮았고,
나로서도 마음을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과의 만남은 몇 번의 이상한 일들로 망가졌다.
약속했던 날, 예고도 없이 연락이 끊기는 일이 반복됐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씩.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교통사고가 났다거나, 잠시 기억을 잃었다거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핑계가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만나다가 또 연락이 끊기고,
다시 사과하고, 다시 만나고, 다시 사라지고.
몇 차례 반복된 그 일은 결국

‘불성실함’

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됐고,
나는 답답함만 남긴 채 그 관계를 끝내야 했다.

그때부터 생긴 강박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성실해야 한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즈음,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한 사람을 소개해주었다.


나보다 나이는 6살이 많았고,
말수는 적지만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며, 집안 형편도 안정적일 거라고 했다.
직장은 조금 멀지만, 주말마다 올라오니
만나기에 무리는 없을 거라고도 했다.


그렇게 나는, ‘성실함’이라는 단 하나의 조건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