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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뿔 Aug 29. 2022

학교교육의 실패

글읽기교육의 목표

학생들은 모국어 읽는 법을 효과적으로 배우고 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초등학교 5,6학년까지는 읽기를 잘 배운다. 

그 수준까지는 일반적으로 꾸준히 실력이 향상된다. 

하지만 그 후에는 향상곡선이 멈춰버린 것처럼 평평해진다. 

6학년이 되면 효율성의 한계에 도달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이상의 학생들이나 어른들도 특별히 지도하면 대단히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6학년이 되면 웬만한 것들은 잘 읽는 것도 아니다. 


상당수의 고등학생도 인쇄된 종이에서 그 의미를 찾는 어리석음을 범하느라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들은 더 잘 읽을 수 있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상당히 많은 책을 읽고, 대학에 가면 더 많이 읽는다. 

그런데 잘 읽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단순한 소설류는 재미있게 읽지만, 신중하고 절제된 논쟁이나, 비평이 필요한 문단은 멀리한다. 

평균 수준의 고등학생은 그 문단의 중심 사상도 파악하지 못하고, 

논쟁이나 설명에서 강조나 종속관계도 찾아내지 못한다. 

대학은 다니지만 읽기는 여전히 초등학교 6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1939년  월간 애틀랜틱 콜럼비아사범대학교 교수 제임스 머셀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위 인용문은 오늘 우리 현실에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의외로 책읽기에 약합니다.

번역된 서적을 많이 읽다보니 으례 오역이거나 성의 없는 번역 탓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읽는 연습이 많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일단 어떤 책이던 동일한 속도로 읽습니다.

저는 책의 내용이나 문체에 따라 적절한 속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00년 전에 파스칼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나치게 빨리 읽거나 느리게 읽으면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책마다 적당한 속도가 있어서 그 속도에 맞추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확실히 최근에 책을 너무 천천히 읽다가 집중력이 떨어져서 내용을 파악하는데 애로를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책의 읽는 속도가 동일하다면 그 책을 읽고 나서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싶습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책을 읽게 되면 책을 읽고 나서 얻는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재미로 읽거나 대충 읽거나 하고 나서 우리는 저자의 강연을 찾아 듣고 싶어합니다.


사실 작가는 책으로 말하는 것이고 책에 이미 다 써 놓는 것이 마땅한데 

우리는 책 너머에 던져 진 작가의 메시지를 책이 아닌 작가의 육성으로 듣고 싶어합니다. 


물론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서 작가의 팬이 된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일 수 있습니다. 또 다중 미디어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조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날 봇물처럼 쏟아지는 공개 강좌를 보다보면 선생님이 초등학생을 가르치듯 저렇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만 한다는 것은 책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내용일텐데, 그저 일방적인 작가의 말을 듣기 위해 비용과 시간과 열정을 쏟는 것도 하나의 비정상으로 우리의 책읽기가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도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학으로 책만 읽어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학위를 따든지 유학을 다녀오든지 이거 저거도 아니면 책이라도 한 권 내야 합니다.

그저 책만 읽어서는 어느 수준이상 이를 수 없다는 생각이 만연해있습니다.


물론 책들도 책만 읽어서 얻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수준일 수도 있지만.....


언뜻 보기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률이 낮으니깐 글읽기 교육이 성공적이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과 독해하고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읽기 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문맹률저하에 있지 않습니다.

글을 읽고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미래세대를 양성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고

이런 점에서 우리의 학교교육은 실패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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