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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솔은정 Jul 28. 2024

다 공부지요.

2022.01

통증이 심해서 괴로운 건지, 자기 팔을 뜯고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그를 보면서 나도 너무 고통스러웠다.  같이 울다가  동네 내과에서 처방받아온 수면제로는 도저히 통증이 잡히지 않았다.  

마약성진통제를 받으려면 다니던 병원 의사 선생님의 소견서나 의뢰서가 있어야 하는데 분당까지 갈 수도 없고, 입원도 쉽지가 않다.  코로나로 입원도 어렵지만 입원하는 순간 이제 나오지 못할 거 같아서다. 게다가 그이는 병원에 입원을 원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전화해서 알아보다가

동네 내과 의사 선생님이 사정을 봐주신 덕분에 전주병원 호흡기 내과에 가서 패치형 진통제와 경구용 마약진통제를 처방받아 올 수 있었다.


사실 그에게 계속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아프지 않다고 그랬다.

그냥 호흡만 곤란해서 숨쉬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힘들어하면 손 붙잡고 같이 아기 낳는 거 마냥 같이 크게 숨만 쉬느라 그의 통증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호흡기내과 선생님 말로는 그게 두통과 연결되는 말기 암 통증이라고 했다.

유리창 너머로 호흡기 내과 선생님은 내게 말을 건넸다.

“얼마나 힘드셨어요? 이제까지 참으신 거예요? “

하는 순간 엉엉 울고 말았다.  


 평소에

화났냐고 물어도 늘 아니라고 하고

아프냐고 물어봐도 늘 아니라는 그에게

너무 속이 상했다.


왜 자신의 감정에

자신의 상태에 솔직하지 못한 지 물어보니

자기 속에 숨겨진 나쁜 놈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랬다고 그런다.  


 아프면 아프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화나면 화난다고

그냥 인정하면 쉬운데.

그는 늘 아니라고 하고, 나는 늘 괜찮다고 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진짜 감정도 잘 모른 채로 살아오고 있었을게다.

아프고, 슬프고, 무섭고, 두려워서 그 고통에 내가 잠식당할까 봐

부인하고, 회피하고, 싫어서 감춰두니 더 힘들었을 테지.

 


진통제패치 붙이고 약을 한 알 먹고 나니

3일 동안 거의 못 자던 그가 이제야 잠을 잔다.  


 


그가 자는 동안 우리는 또 그 옆에서 밥을 해서 밥을 먹고

순간순간 웃기도 한다. 슬프고 미안하고 어이없게도 말이다.


삶의 모든 과정을

압축해서 한꺼번에 와르르 느끼는 중이다.  


그이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기를

옆에서 지켜보는 어머니와 재경 윤서가 함께 이 과정을 잘 버텨 나가기를

나에게 순간순간마다 용기와 지혜를 선택하는 힘이 생기기를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공부/ 김사인 시 중에서.


 인생에서 겪는 일들이

모두 다 공부지.

이모부의 부음을 듣고 그이가 꺼이꺼이 운다.

아마도 자신의 처지와 함께 모든 슬픔과 마음속 묻어두었던 여러 감정들이 올라오나 보다.  

삶의 과정 중 하나를

그도 나도 공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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