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20번 데이트 약속
어느 날 달력을 보니, 내 하루에 커다란 빈칸이 생겨 있었다.
남편이 먼 길을 떠난 지 3년이 지났는데, 가끔 난 여전히 과거에 머무를 때가 많다.
아이들도 제자리에서 제 삶을 살고 있는데, 나도 지금을 살아보고 싶다.
처음 그 빈틈은 조금 무서웠다. ‘이렇게 넓은 시간을 나 혼자 어떻게 채우지?’
그러다 곰곰이 생각했다. 이건 어쩌면, 내 인생이 나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 웨이』를 읽게 되었다.
그 안에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단어가 있었다.
매주 한 번, 오롯이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
누군가를 사랑할 때 하듯, 정성껏 시간을 계획하고, 즐기고, 기억하는 것.
그래서 결심했다.
나를 ‘데이트 상대로’ 대하기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듯, 작은 설렘과 호기심을 담아 시간을 선물하기로.
창조성을 깨우는 연습도 해보고 싶었다.
모닝 페이지를 쓰며, 마음속 먼지를 털고, 오래 잊고 있던 나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20번의 데이트는, 단지 ‘나 혼자 놀기’가 아니라 ‘나를 다시 사랑하기’의 시간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하루들이,
혼자여서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혼자여서 더 즐겁고 기대되는 시간이 되기를.
이 여정의 기록을, 지금부터 시작한다.